1.
눈치가 없었던 걸까..
인도행 도보여행에 다양한 주제의 "테마도보"가 있다는 걸 알긴했지만..
그 테마도 테마 나름이었겠지..
얼떨결에 따라간 용유도.. 무의도.. 실미도.. 주말도보
흔히 그렇듯.. 생전 첨보는 사람들.. 별 상관않는 분위기
나까지 모두 다섯.. 모두 남자..
아침일찍 서울서 버스타고 영종도 국제공항 지나 ..
지금은 영종도와 붙어버린 서쪽 부분 용유도 어촌마을 을왕해수욕장에 하차.
도보를 시작하기 전 슈퍼에서 산 맑은 액체가 든 큰 PT병이
생수가 아니라 1.8리터 소주 댓병인걸
바닷가 나즈막한 야산정상에서의 첫 휴식 때 알았다.
..
의외로 포근한 가을날씨.. 맑은 하늘.. 오랜만에 보는 수평선..
적당한 바다바람.. 조개껍질 밀려쌓인 모래사장.. 한결같은 파도소리..
모래밟으며 해안선따라 쉬엄쉬엄 걸음을 옮긴다..
무의도로 들어가는 여객선을 타기도 전에 양주와 소주와 맥주가 섞이면서
본의아니게 벌써 나의 주량 가까이 마셔 버렸다..
..
이 사람들 뭐냐..
2.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과시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강제로 권하는 것도 아니고..
이지기도 못하면서 억지로 하는 것도 아니고..
마시고 추태를 부리는 것도 아니고..
말리는 사람도 없고.. 말릴 이유도 없고..
..
짬만 생기면 술잔이 돌고.. 줄담배가 시작되는데 그냥 자연스럽다..
이것도 어느 경지랄까..
인도행 습성대로 어디에서도 흘린 휴지하나.. 꽁초하나 없이 깨뜻한 마무리..
평소 가정이나 사회의 잔소리에 주눅들어서 하고싶어도 눈치보며 못하던 걸
날잡아서 맘껏 해버릴려고 작정한 사람들 같기도 하고..
일정상의 이동거리 이동시간 이런건 이미 초월해 버렸다..
3.
여객선 위에서 새우깡으로 갈매기를 희롱하는지 희롱당하는지..
"단재님"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지켜보는 잠깐사이 배는 무의도에 도착했다.
내리자 마자 신선한 조개구이로 느긋하게 실컷 배를 채우고
섬을 가로질러 포장된 길따라 반대편 광명이라는 동네로 출발..
해는 기울어 저녁 어스름이 섬을 감싸기 시작하고,
동쪽 바다위로 시월 상달의 커다란 보름달이 보인다.. 구름하나 없다..
소원이라도 빌어야할듯.. 그런데 내 소원이 뭐였더라..
..
한시간 좀 넘게 걸어서 광명에 도착하니 캄캄한 밤이다..
조용하고 자그마한 어촌.. 활처럼 휘어진 해안가를 따라 이십여채의 집들이 늘어서 있고
집앞으로 500미터 남짓 고립된 해안도로가 바다를 경계로 둥글게 둘러쳐져있는데..
그 도로가 끝날쯤 반원을 만들듯 방파제가 일직선으로 거친 파도를 막아서고 있다..
비수기인데도 방값이 만만찮고.. 몇군데 돌아다닌 뒤 저렴한,
그렇지만 5 명 자기엔 좀 빠듯한 방을 하나 구해서 저녁 준비를 했다..
..
근처 횟집에서 숭어회를 즉석에서 회쳐서 사오고
"로뎅님"이 무겁게 질머지고 온 식자재로 오뎅탕을 끓였다..
찬이슬 내리는 민박집앞 넓은 평상위에서 하늘의 보름달과 가로등 불빛..
거기다가 얼굴에서부터 주당의 강력한 포스가 느껴지는 "글로리님"의 헤드랜턴 빛으로
세부 조명을 하면서 옹기종기 둘러앉았다..
요리에 일가견이 있다고 정평이 나 있다는 "김하철님"과
스스로 "한 음식" 하신다고 자부하는 단재님 간의 활발한 의견교환이 시작됐다.
오뎅의 양과 물의 양, 불의 세기와 조리시간 등의
변수를 고려한 함수관계에 대해 치밀한 분석이 이어지고
파, 청양고추, 멸치 다시다, 맛소금 등의 양념이
향후 음식에 미칠 파장에 대해 격론이 벌어지는데..
자켓에 달린 모자까지 덮어쓰고 두손을 사타구니에 넣어 오들오들 떨면서..
유일한 따끈한 국물인 오뎅탕이 제발 산으로 가지 않기만 빌었다..
..
여기 도착해서 해안가 난간에 서서 바다로 오줌을 갈길 때만 해도
발 아래까지 바닷물이 찰랑찰랑했는데
어느새 수백미터 마을앞 갯펄이 드러날 정도로 밀려갔다.
달빛 받아 빛나는 갯펄 위 갈래갈래 실개천들..
방파제 끝 등대에서는 녹색 불빛이 쉼없이 깜박이고
어두운 바다 멀리.. 지나가는 배와 이름모를 자그마한 섬들에서
하늘의 별처럼 드문드문 빛송이가 떠 있다..
가끔 영종도 국제공항에 뜨고 내리는 여객기의 불빛도 보인다.
..
결국 라면 스프 아이디어가 나오고.. 김하철님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여서
코펠 바로 옆자리라는 지리적 이점을 이용한 단재님이 알아서 맘대로 오뎅탕을 조리했다..
쓰린 속이 좀 풀렸다.. 몸이 좀 녹는다.. 맛있다..
술한잔 받아놓고 나는 더이상 마실 엄두가 안나서 회와 국물만 홀짝이고 있는데
여전히 무섭게들 마시고 피웠다..
하늘에 뜬 달 .. 바다에 비친 달.. 술잔에 빠진 달..
그리고.. 그리고..
술과 담배에 찌든 내 앞에 있는 님들의 몽롱한 눈동자에도 담기에는
좀 거시기하다.
..
배부르고 빈병이 늘어나고 술기운 오르자 술자리를 정리하고 잘 사람은 자고
김하철님과 로뎅님과 셋이서 해안길 따라 방파제까지 달빛 밟으며 산책을 하는데..
코란도 개조한 차량으로 초등학생 아들을 데리고 오토캠핑하는 사람을 만났다..
자연스럽게 모닥불에 둘러서서 은박지에 싸서 구은 밤고구마를 얻어먹으며
김하철님의 구수한.. 참새와 고구마 인생을 들었다..
대낮같은 보름달은 이미 하늘 가운데로 떠오르고 멀리 어둠속 파도소리..
장작불 튀는 소리.. 무해한 사람들과의 친근한 섞임..
4.
홀로 사시는 민박집 할머니의 넘치는 정 때문에 방바닥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먼저 잠든 글로리님이 우람한 허벅지를 들어서 몸을 뒤집을 때 마다
양 옆에 누은 나와 단재님은 번갈아가면서 긴장을 해야했다..
불안한 고요속에서 한껏 압축된 공기가 부정기적으로 김하철님의 호흡기관을 통해
다양한 파장으로 맹렬하게 뿜어져 나올 때 생성된 음파는,
천장 위에서 뛰어다니던 쥐새끼들 마저 멀리 좇아버릴 만큼 위력적이었는데..
바로 옆자리에 누워있던 로뎅님.. 서울가서 고막검사라도 해봐야되는건 아닐지..
..
"1박2일"의 예정이 "무박2일"의 여행으로 점점 변해가는..
서해 바닷가 마을에서의 늦가을밤도 깊어가는데
속옷바람에 "할 말 많은 표정"으로 민박집 앞마당에서 달빛받으며 서있던 로뎅님..
저 달님은 이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5.
다음날.. 사정이 있어서 김하철님과 단재님은 먼저 서울로 가시고
로뎅님과 글로리님과 나, 이렇게 셋만 남았다.. 알고보니 모두 한두살 차이의 동년배..
느긋하게 아침먹고 짐꾸리고 주인할머니에게 인사하고 둘째날 일정을 시작했다..
포근한 날씨.. 맑은 하늘.. 고요한 바람.. 따듯한 햇살..
어제는 포장된 길따라 왔는데 오늘은 섬에 있는 해발 240m 정도의 산 2 개를 넘으며
종주하면서 갔다.
땀이 금방 말라버려 쾌적하다.. 등산길도 아기자기하다..
약간 해무가 있어서 시야가 그리 선명하지는 않았지만 ..
나를 둘러싼 발아래 바다 경관이 시원했다.. 섬 산행의 묘미다.
호룡곡산을 지나 국사봉에 오른 후.. 왼쪽 실미도쪽으로 하산하는데..
거의 다 내려왔을 무렵.. 길 양쪽으로 해송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소나무숲.
노랗게 낙옆져서 떨어진 솔잎이 산책길에 쌓여있는데 밟으면 푹신한 느낌이 든다.
정취 때문인지.. 촉촉하면서 신선한 습기가 느껴지고.. 상쾌하다.
6.
실미도가 보이는 바닷가 소나무숲 아래 자리잡고 늦은 점심을 먹었다..
가져온 오뎅, 라면, 떡 등등 남은 식자재를 깔끔하게 떨어 먹으면서
또 막걸리와 소주를 사고 줄담배.. 대단들하다.. 포기한건지 초월한건지..
이미 기울어가는 노란 햇살이 성긴 소나무 가지를 뚫고 셋이 앉은 곳을 비춘다.
적당히 부른 배.. 가벼운 등산으로 기분좋게 뻐근한 몸..
안해도 되는 말은 필요없는 분위기..
조금전 징검다리 건너 실미도로 갈수 있었던 모래길은 어느덧 파도가 밀려와
말 그대로 섬으로 완전히 고립되었다..
바다 건너 우리가 처음왔던 을왕리 해수욕장이 멀리서 어렴풋이 보이고
자그마한 섬들 사이사이, 간혹 고깃배가 바다에 비친 햇살을 뚫고 지나간다..
몇 안되는 관광객들.. 4륜 오토바이 한 대가 모래밭을 달린다.
늘어진다.. 11월의 마지막 주말 오후.. 가을의 끝자락..
..편하다..
그런데 뭔가 허전한 이 느낌..
이미 뼈에 사무치게 본능적으로 서로들 알고 있는.. 부족한 2%
..
이 .. 참을 수 없는 .. 늙은 총각들의 .. 궁상스러움 !!!
눈치가 없었던 걸까..
인도행 도보여행에 다양한 주제의 "테마도보"가 있다는 걸 알긴했지만..
그 테마도 테마 나름이었겠지..
얼떨결에 따라간 용유도.. 무의도.. 실미도.. 주말도보
흔히 그렇듯.. 생전 첨보는 사람들.. 별 상관않는 분위기
나까지 모두 다섯.. 모두 남자..
아침일찍 서울서 버스타고 영종도 국제공항 지나 ..
지금은 영종도와 붙어버린 서쪽 부분 용유도 어촌마을 을왕해수욕장에 하차.
도보를 시작하기 전 슈퍼에서 산 맑은 액체가 든 큰 PT병이
생수가 아니라 1.8리터 소주 댓병인걸
바닷가 나즈막한 야산정상에서의 첫 휴식 때 알았다.
..
의외로 포근한 가을날씨.. 맑은 하늘.. 오랜만에 보는 수평선..
적당한 바다바람.. 조개껍질 밀려쌓인 모래사장.. 한결같은 파도소리..
모래밟으며 해안선따라 쉬엄쉬엄 걸음을 옮긴다..
무의도로 들어가는 여객선을 타기도 전에 양주와 소주와 맥주가 섞이면서
본의아니게 벌써 나의 주량 가까이 마셔 버렸다..
..
이 사람들 뭐냐..
2.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과시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강제로 권하는 것도 아니고..
이지기도 못하면서 억지로 하는 것도 아니고..
마시고 추태를 부리는 것도 아니고..
말리는 사람도 없고.. 말릴 이유도 없고..
..
짬만 생기면 술잔이 돌고.. 줄담배가 시작되는데 그냥 자연스럽다..
이것도 어느 경지랄까..
인도행 습성대로 어디에서도 흘린 휴지하나.. 꽁초하나 없이 깨뜻한 마무리..
평소 가정이나 사회의 잔소리에 주눅들어서 하고싶어도 눈치보며 못하던 걸
날잡아서 맘껏 해버릴려고 작정한 사람들 같기도 하고..
일정상의 이동거리 이동시간 이런건 이미 초월해 버렸다..
3.
여객선 위에서 새우깡으로 갈매기를 희롱하는지 희롱당하는지..
"단재님"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지켜보는 잠깐사이 배는 무의도에 도착했다.
내리자 마자 신선한 조개구이로 느긋하게 실컷 배를 채우고
섬을 가로질러 포장된 길따라 반대편 광명이라는 동네로 출발..
해는 기울어 저녁 어스름이 섬을 감싸기 시작하고,
동쪽 바다위로 시월 상달의 커다란 보름달이 보인다.. 구름하나 없다..
소원이라도 빌어야할듯.. 그런데 내 소원이 뭐였더라..
..
한시간 좀 넘게 걸어서 광명에 도착하니 캄캄한 밤이다..
조용하고 자그마한 어촌.. 활처럼 휘어진 해안가를 따라 이십여채의 집들이 늘어서 있고
집앞으로 500미터 남짓 고립된 해안도로가 바다를 경계로 둥글게 둘러쳐져있는데..
그 도로가 끝날쯤 반원을 만들듯 방파제가 일직선으로 거친 파도를 막아서고 있다..
비수기인데도 방값이 만만찮고.. 몇군데 돌아다닌 뒤 저렴한,
그렇지만 5 명 자기엔 좀 빠듯한 방을 하나 구해서 저녁 준비를 했다..
..
근처 횟집에서 숭어회를 즉석에서 회쳐서 사오고
"로뎅님"이 무겁게 질머지고 온 식자재로 오뎅탕을 끓였다..
찬이슬 내리는 민박집앞 넓은 평상위에서 하늘의 보름달과 가로등 불빛..
거기다가 얼굴에서부터 주당의 강력한 포스가 느껴지는 "글로리님"의 헤드랜턴 빛으로
세부 조명을 하면서 옹기종기 둘러앉았다..
요리에 일가견이 있다고 정평이 나 있다는 "김하철님"과
스스로 "한 음식" 하신다고 자부하는 단재님 간의 활발한 의견교환이 시작됐다.
오뎅의 양과 물의 양, 불의 세기와 조리시간 등의
변수를 고려한 함수관계에 대해 치밀한 분석이 이어지고
파, 청양고추, 멸치 다시다, 맛소금 등의 양념이
향후 음식에 미칠 파장에 대해 격론이 벌어지는데..
자켓에 달린 모자까지 덮어쓰고 두손을 사타구니에 넣어 오들오들 떨면서..
유일한 따끈한 국물인 오뎅탕이 제발 산으로 가지 않기만 빌었다..
..
여기 도착해서 해안가 난간에 서서 바다로 오줌을 갈길 때만 해도
발 아래까지 바닷물이 찰랑찰랑했는데
어느새 수백미터 마을앞 갯펄이 드러날 정도로 밀려갔다.
달빛 받아 빛나는 갯펄 위 갈래갈래 실개천들..
방파제 끝 등대에서는 녹색 불빛이 쉼없이 깜박이고
어두운 바다 멀리.. 지나가는 배와 이름모를 자그마한 섬들에서
하늘의 별처럼 드문드문 빛송이가 떠 있다..
가끔 영종도 국제공항에 뜨고 내리는 여객기의 불빛도 보인다.
..
결국 라면 스프 아이디어가 나오고.. 김하철님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여서
코펠 바로 옆자리라는 지리적 이점을 이용한 단재님이 알아서 맘대로 오뎅탕을 조리했다..
쓰린 속이 좀 풀렸다.. 몸이 좀 녹는다.. 맛있다..
술한잔 받아놓고 나는 더이상 마실 엄두가 안나서 회와 국물만 홀짝이고 있는데
여전히 무섭게들 마시고 피웠다..
하늘에 뜬 달 .. 바다에 비친 달.. 술잔에 빠진 달..
그리고.. 그리고..
술과 담배에 찌든 내 앞에 있는 님들의 몽롱한 눈동자에도 담기에는
좀 거시기하다.
..
배부르고 빈병이 늘어나고 술기운 오르자 술자리를 정리하고 잘 사람은 자고
김하철님과 로뎅님과 셋이서 해안길 따라 방파제까지 달빛 밟으며 산책을 하는데..
코란도 개조한 차량으로 초등학생 아들을 데리고 오토캠핑하는 사람을 만났다..
자연스럽게 모닥불에 둘러서서 은박지에 싸서 구은 밤고구마를 얻어먹으며
김하철님의 구수한.. 참새와 고구마 인생을 들었다..
대낮같은 보름달은 이미 하늘 가운데로 떠오르고 멀리 어둠속 파도소리..
장작불 튀는 소리.. 무해한 사람들과의 친근한 섞임..
4.
홀로 사시는 민박집 할머니의 넘치는 정 때문에 방바닥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먼저 잠든 글로리님이 우람한 허벅지를 들어서 몸을 뒤집을 때 마다
양 옆에 누은 나와 단재님은 번갈아가면서 긴장을 해야했다..
불안한 고요속에서 한껏 압축된 공기가 부정기적으로 김하철님의 호흡기관을 통해
다양한 파장으로 맹렬하게 뿜어져 나올 때 생성된 음파는,
천장 위에서 뛰어다니던 쥐새끼들 마저 멀리 좇아버릴 만큼 위력적이었는데..
바로 옆자리에 누워있던 로뎅님.. 서울가서 고막검사라도 해봐야되는건 아닐지..
..
"1박2일"의 예정이 "무박2일"의 여행으로 점점 변해가는..
서해 바닷가 마을에서의 늦가을밤도 깊어가는데
속옷바람에 "할 말 많은 표정"으로 민박집 앞마당에서 달빛받으며 서있던 로뎅님..
저 달님은 이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5.
다음날.. 사정이 있어서 김하철님과 단재님은 먼저 서울로 가시고
로뎅님과 글로리님과 나, 이렇게 셋만 남았다.. 알고보니 모두 한두살 차이의 동년배..
느긋하게 아침먹고 짐꾸리고 주인할머니에게 인사하고 둘째날 일정을 시작했다..
포근한 날씨.. 맑은 하늘.. 고요한 바람.. 따듯한 햇살..
어제는 포장된 길따라 왔는데 오늘은 섬에 있는 해발 240m 정도의 산 2 개를 넘으며
종주하면서 갔다.
땀이 금방 말라버려 쾌적하다.. 등산길도 아기자기하다..
약간 해무가 있어서 시야가 그리 선명하지는 않았지만 ..
나를 둘러싼 발아래 바다 경관이 시원했다.. 섬 산행의 묘미다.
호룡곡산을 지나 국사봉에 오른 후.. 왼쪽 실미도쪽으로 하산하는데..
거의 다 내려왔을 무렵.. 길 양쪽으로 해송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소나무숲.
노랗게 낙옆져서 떨어진 솔잎이 산책길에 쌓여있는데 밟으면 푹신한 느낌이 든다.
정취 때문인지.. 촉촉하면서 신선한 습기가 느껴지고.. 상쾌하다.
6.
실미도가 보이는 바닷가 소나무숲 아래 자리잡고 늦은 점심을 먹었다..
가져온 오뎅, 라면, 떡 등등 남은 식자재를 깔끔하게 떨어 먹으면서
또 막걸리와 소주를 사고 줄담배.. 대단들하다.. 포기한건지 초월한건지..
이미 기울어가는 노란 햇살이 성긴 소나무 가지를 뚫고 셋이 앉은 곳을 비춘다.
적당히 부른 배.. 가벼운 등산으로 기분좋게 뻐근한 몸..
안해도 되는 말은 필요없는 분위기..
조금전 징검다리 건너 실미도로 갈수 있었던 모래길은 어느덧 파도가 밀려와
말 그대로 섬으로 완전히 고립되었다..
바다 건너 우리가 처음왔던 을왕리 해수욕장이 멀리서 어렴풋이 보이고
자그마한 섬들 사이사이, 간혹 고깃배가 바다에 비친 햇살을 뚫고 지나간다..
몇 안되는 관광객들.. 4륜 오토바이 한 대가 모래밭을 달린다.
늘어진다.. 11월의 마지막 주말 오후.. 가을의 끝자락..
..편하다..
그런데 뭔가 허전한 이 느낌..
이미 뼈에 사무치게 본능적으로 서로들 알고 있는.. 부족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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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 참을 수 없는 .. 늙은 총각들의 .. 궁상스러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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