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정상

자네는 아능가?

권성재 2007. 4. 26. 12:12

山中問答


새벽닭 울 때 나가 일하고

달 비친 개울에 호미 씻고 돌아오는

그 맛을 자네 아능가


마당가 멍석자리 쌉살개도 같이 앉아

저녁을 먹네

아무데나 누워서 드렁드렁 코를 골다가

심심하면 퉁소나 한 가락 부는 그런

멋을 자네가 아능가


구름속에 들어가 아내랑 밭을 매면

늙은 아내도 이뻐 뵈네

비온 뒤 앞개울 고기

아이들 데리고 낚는 맛을

자네 태고(太古)적 살림이라꼬 웃을라능가


큰일 한다고 고장 버리고 떠나간 사람

잘 되어 오는 놈 하나 없네

소원이 뭐가 있능고

해마다 해마다 시절이나 틀림없으리라고

비는 것뿐이제


마음 편케 살 수 있도록

그 사람들 나라일이나 잘 하라꼬 하게

내사 다른 소원 아무것도 없네

자네 이 마음을 아능가


노인은 눈을 감고 환하게 웃어며

막걸리 한 잔을 따뤄 주신다.

예 이 맛은 알 만합니더

청산백운(靑山白雲)아

할 말이 없다.                         -- 조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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