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

타임머신

권성재 2010. 3. 2. 15:54
내가 실수를 한거 같았다.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한다고 생각한 듯하다.
어떤 여인에게 담담하게 잘못을 인정하면서
진지하고 정성들여 그 상황에 임했다.
아무 욕심없이 잔머리 안굴리고 그냥 상황을 받아들이자
뭔가 상대방이 나를 인정해 주는 듯했다. 점점 화해를 했다.
그 사람들이 북한사투리인지 일본이나 중국억양의 한국말을
하는 듯했다. 북한사람들인지 조선족인지..
분위기가 풀리고.. 호의를 베풀려는 듯했다.
대화가 끊겨서 조용해지자 약간 썰렁했다.
..
회의실 같은 곳에 나를 포함해 여러명이  의자에 앉아 있는데..
높은 절벽 계곡으로 빙둘러 쌓인 천연요새 같은 곳이었다.
북한사람인 듯한 한 사람이 이곳이 "백두산"이라고 했다.
그말을 들어서인지 약간 트인 계곡 멀리 장엄한 바위산들이 험하게 뻗어있었다.
내가 몸을 숙여서 계곡 한쪽의 아랫면을 들여다보니
지하요새 같은 곳으로 들어가는 듯한 입구 같은게 보였다.
아마 지하도시로 연결되는 곳인 듯했다.
그 북한사람이 6 인승 버스에 나를 태워주겠다고 했다.
호의에 고마워하면서도 진짜 버스에 타지는 않았다.
..
한참 장면이 바뀌어.. 어머니 아버지와 같이 일을 했다.
아스팔트 길을 가장자리에 파내어서 무슨 수도관같은 걸 묻고
다시 콘크리트로 덮었다. 그냥 농사일 하듯이
열심히 부모님과 같이 일을 했다.
..
여러사람들과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계산은 북한사람이 했다.
잘 얻어 먹었다. 계산 끝나고 식당을 나서는데 앞서간 일행을 놓쳤다.
나와 태진이만 둘이서 돌아 다녔다. 처음에는 좀 당황했는데 시간지나자 괜찮아졌다.
유원지의 화창한 밝은 날인듯.
어느 산모퉁이를 돌아서자, 애기 엄마가 애기와 같이 줄그네 같은 그네를 타며
계곡물 근처에서 즐겁게 놀았다.
그걸 보는데.. 어느덧 시골 마을 동네로 접어 들었다. 태진이도 따라왔다.
..
어릴 때 태어나고 자란 슬레트 지붕의 옛날 집에 도착했다.
기분이 이상했다. 방문을 열어보니 어릴 때 쓰던 가구, 밥통, 벽지 등이
거의 그대로 였다.  마치  박물관 같이 꾸며 놓았다.
내가 미래로 시간 여행을 해서.. 내가 자란 곳이 박물관이나 문화재 같이 보존되고
있는 듯했다.
수돗가에 심겨진  오래 된 포도나무도 있고, 그 줄기 바로 옆에 무궁화 나무가지도
싹이 나려고 했다.  집이 약간 높은 위치여서 아래로 내려다 보는 경치가 시원했다.
날씨도 맑았다. 태진이와 같이 집구경을 했다.
..
집 마당을 지나 오른쪽으로 가니 집을 지키는 직원인 듯한 젊은 여직원이 있었다.
아마 이곳 청소도 하면서 관리도 하고.. 간단한 기념품 같은 것도 판매하고 있었다.
이때 약간 이상한 걸 느꼈다.
이 "미래"에는 지금과 같은 자본주의를 넘어선 다른 사회체계인 듯했다.
북한 사회주의도 약간 연상이 되었다.
집옆에 여직원 기념품 판매대 근처에  무너진 듯한 콘크리트 건물이 고향집과 이어져서
있었는데 틈으로 보니 어릴때 소를 키우던 축사였다. 벽에 시멘트로 된 소여물통이 있고
소똥이 말라붙은 흔적이 있었다. 소는 없었다.
..
그때 여직원이 무전기 같은걸 만지더니.. 내가 여기 올줄 알았다면서 집주인님이
나와 통화를 원한다면서 동그란 무전기 같은 걸 전해준다.
즉 집주인은 나의 "후손"이었다. 무전기에 잡음이 있더니 노인 목소리가 나왔다.
반갑다고 인사를 하며 대화를 했다. 자기 이름이 "권석류"라고 했다.
속으로 .. 아무리 노인이지만 내 후손인데,  조상한테  그냥 반말로 통화를 했다.
약간 언짢을 수도 있었지만..
감격스러움이 훨씬 컸다. 충격적이었다.
..
내가 죽고 .. 내가 살던 옛집과 터가 역사적으로 기념할만하여서
후손이 돌보고 있다니.. 기분이 좋고 맘이 설레였다.
..
..
깨고 나서도 한참 흥분이 가시지 않아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빈종이와 볼펜 찾아서 휘갈겼다.
..
타임머신을 타고 꿈속에서  미래를  다녀온건가..

'횡설수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의 날을 받드는 글  (0) 2010.06.17
핵폭탄과 외계인  (0) 2010.03.05
트위터 해봤다.  (0) 2009.12.07
2012 스포일러..  (0) 2009.11.13
늙었나 보다..  (0) 2009.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