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무리

[펌] 늙은 군인의 다짐

권성재 2010. 4. 16. 11:26

출처 :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952522&hisBbsId=best&pageIndex=1&sortKey=&limitDate=-30&lastLimitDate=


>>>>>>>>>>>>>>>>>>>>>>>>>>>>>>>>>

벌써 삼십여년전의 옛 추억이지만...


내 마음의 고향은 백령도이다.
동양의 나폴리 라고 불리우는 곳,
그래서 공군수송기가 매주 두 번씩 이착륙할 수 있었던 사곶 백사장.
그 뒤 가지런한 회양목 담 뒤에 숨어 있었던
예쁜 국민학교와 그만큼 더 예뻤던 섬마을 여 선생님...
진촌마을의 백령교회와
뭍으로 전화 한 통 걸어보기 위해 긴 줄을 서던 작은 우체국.
우리 대원들이 일요일이면 법석대던 새누리 다방.
마담 겸 레지 겸 디제이를 하던 주인 딸내미 덕택에
알랑드롱과 달리다의 빠롤레라는 당시 힛트곡을 수없이 들어야 했다.
난 주로 밤에 혼자 순찰을 다녔는데,
대대본부에서 내려와 으스스한 공동묘지를 넘어
그러니까 백령의 북쪽 해안 관창마을 입구 가게에서
쵸코파이 한 통을 사들고가
분초 대원들과 나눠먹는 것이 잠시의 가난한 즐거움이었다.
그리고 해안절벽 위 참호를 쭉 따라서,
바다 건너 북쪽,

손에 닿을 듯 가깝지만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내 나라이자 내 적의 나라

장산곶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걸었다.

그 거친 물에 심청이도 빠져 죽었다던가...


몇 번인가 미그기가 우리의 머리 위를 스쳐가기도 했다.
어떤 날은 백령도 바위 산 전부를 미로처럼 연결해놓은
땅굴에 깊숙이 들어가서
실제상황이 언제나 터져줄 것인지 전전긍긍하며
그렇게 몇 시간을 버티기도 했다.
불안한 적막 속에 기다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머리 위에서 폭탄소리가 들려주기를 바라기도 했다.
그럴 때면 부모와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 앞섰다...


그런 겨울 밤이면 야전 고추장 비빔밥이란 게 있었다.
알미늄 봉지를 뜯고 눈을 넣어 잘 봉한 다음
겨드랑이 밑에 넣고 사람의 온기로 덥혀 녹이면
그런대로 먹을 만한 밥 비슷한 사료가 만들어졌다.

짠밥을 먹어본 사람만이 짠밥의 맛없는 맛을 사랑할 수 있게 된다.
재수 좋게 난로 불이라도 옆에 있으면,
역시 건빵 봉지에 별사탕을 뜯어 넣어 섞고 물을 반 쯤 채운 다음
봉지를 그대로 불 위에 놓고 덥혀 불리면
잠시 후 두부처럼 팬케이크처럼 부드러운 빵이 생겼다.
생-존!
살아 남을 수 있었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그 기쁨의 미소는 얼어 붙은 얼굴 밖으로 결코 나타나지 않지만,
살아 있음의 흐뭇함이 온 몸에 어떤 따뜻함처럼 느껴진다.
살아 남을 수 있었다는 것은
이미 죽음의 모습을 보았기에
그러므로 더 이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존이란 나를 살려준다는 어디에 누군가에
울고 불며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순간 순간의 어려움 속에서
바로 나의 힘으로 나의 삶을 다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마치 고공의 외줄타기처럼...


전쟁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하지 않는다.
나의 목숨은 자유나 민주라는 허황한 말들을 위해 바쳐지지 않는다.
나의 싸움은 오직 뒤에 남긴 내 부모와 내 가족과
무엇보다 옆에서 같이 싸워주는 내 전우가

나와 같이 살아있기를 바라는 가장 순수한 본능이다.


만일 전쟁이 난다면,

전쟁이 절대로 날 수도 없고,

전쟁이 절대로 나서도 안되겠지만...
그러나 억만의 억만에 하나라도 내 땅 위에서 전쟁이 난다면...

예비군은 물론 민방위를 졸업한지도 오래 전 일이긴 하나,
그래도 왕년의 흑룡부대원으로서
젊은 사람에게 주어진 총을 대신 들고,
아직도 감촉이 손가락 끝에 느껴지는 방아쇠와,
낡은 책의 그것처럼 차분해지는 총기름 냄새를 맡으며...


나는 무엇보다 먼저,
내 나라 내 국민을 전쟁이라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빠뜨리게 만든
대한민국 내부의 적부터 모두 깨끗이 청소하러 일어설 것이다.
간교한 사기질로 국권을 찬탈한 군기피자와 딴나라 기생충들,
광신개독 뉴또라이와 사악한 조중동과 친일 권력의 개들부터,
그 옛날 엠식스틴으로 들.쥐.새.끼들을 조준하여
한 마리씩 또 한 마리씩 쏴잡으며 희열을 느꼈듯이
그렇게 잔인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멸종시켜 버릴 것이다.
그 과업을 마친 후에서야,
주권수호와 평화통일과 민족사랑의 진정한 마음이 모두에게 알려진
그런 용감하고 정직한 국민의 지도자, 국군의 통수권자를 따라
외적과 전쟁을 하든지 이 땅에 평화를 건설하든지 할 것이다.

그것은 조국을 위한 노병의 마지막 의무이다.

'갈무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정]좀 다른 방식의 Multi node 오픈스택 packstack 구성  (2) 2016.05.01
장기프로그램.  (0) 2012.04.05
무선랜 보안키 - 잘하면 될 수도 있음.  (0) 2010.04.13
수학 관련된..  (0) 2010.03.30
[펌] 우뇌 좌뇌  (0) 2010.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