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中問答 새벽닭 울 때 나가 일하고 달 비친 개울에 호미 씻고 돌아오는 그 맛을 자네 아능가 마당가 멍석자리 쌉살개도 같이 앉아 저녁을 먹네 아무데나 누워서 드렁드렁 코를 골다가 심심하면 퉁소나 한 가락 부는 그런 멋을 자네가 아능가 구름속에 들어가 아내랑 밭을 매면 늙은 아내도 이뻐 뵈네 비온 뒤 앞개울 고기 아이들 데리고 낚는 맛을 자네 태고(太古)적 살림이라꼬 웃을라능가 큰일 한다고 고장 버리고 떠나간 사람 잘 되어 오는 놈 하나 없네 소원이 뭐가 있능고 해마다 해마다 시절이나 틀림없으리라고 비는 것뿐이제 마음 편케 살 수 있도록 그 사람들 나라일이나 잘 하라꼬 하게 내사 다른 소원 아무것도 없네 자네 이 마음을 아능가 노인은 눈을 감고 환하게 웃어며 막걸리 한 잔을 따뤄 주신다. 예 이 맛은 알 만합니더 청산백운(靑山白雲)아 할 말이 없다. -- 조지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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