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진짜..
여자하고만 그랬었어도 말도 안한다.
매력적이고 젊은 아가씨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가끔 만나서 잔소리만 하는 선배 유부녀들 정도만 됐어도
이렇게 억울하지는 않았을텐데..
..
저녁에 무교동에서 돼지갈비 뜯으며 ..
서로 질리게 자주보는 비슷한 처지의 고등학교 동기녀석과
영양가없는 노가리나 풀면서 술잔 기울일 때까지만 해도
별문제 없었는데..
먹고나서 차라리 2차를 가거나 그냥 조용히 각자 집으로
갔어야 했는데..
운전하려면 술깨야한다고.. 좀 걷자더니.. 종로 1가 근처 큰길가
커피빈인지.. 자바빈인지.. 눈에 띈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
잘됐다..저기 가서 좀 있다가 가잔다..
인간아..내가 니하고 저런 데가서 커피나 마셔야겠냐..
별로 안땡겼지만.. 사준다길래 그냥 따라들어갔다..
..
늦은 시간인데도 넓은 실내에는 젊은 여성들로 가득찼다.
몇번 이런 데 와 봤지만.. 아직도 적응이 안되는 곳이다.
무슨놈의 커피이름은 왜 그리 길고.. 비싼지..
무슨 모카인지 하나 하고.. 무슨 카푸치노 이렇게 아무생각없이 두잔을 시켜서
밖에 나가서 먹을까 했는데 날씨도 춥고.. 마침 가까운 테이블에
빈자리가 생겨서 거기 앉았다. 남자 둘이서.. 나참..
앉았으면 그냥 마시면 될텐데.. 어떤게 모카인지.. 카푸치노인지..
내가 왜 그랬을까.. 뭐가 궁굼하다고.. 열어서 확인한다고
뚜껑을 뜯으려는 순간.. 미끄러운 탁자에 커피잔이 빙그르 돌면서
넘어져서 내 바지에 쏟아 버렸다..
허벅지에 뜨끔한 느낌이 잠시 있었지만.. 쏟아진 커피 닦고 옆사람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느라 정신없는데..
이 자식은 오줌싼거 같다고 키득거리면서 폰카메라를 들이댈려고 하고..
암튼.. 남은 커피를 마시는 듯 마는 듯 먹고 나왔다..
..
밤늦게 집에 와서 씻고 보니 허벅지 안쪽이 화끈거렸다.
냉장고에서 얼음을 꺼내 한참동안 붙이고 있다가 자려는데..
은근하게 뜨뜻해지는 기분좋은 열기가 느껴졌다. 그날은 그냥 그렇게 잤다..
괜찮겠지..
..
다음날..
콩알만한 물집이 2 개 생기고.. 계속 쓰려서.. 후시딘이나 바르고 있다가..
오후가 되어 약국에 갔더니.. 상처보자고 해서 약국 구석 어두운데서
바지내리고.. 대강 보더니.. 별로 심하지 않다면서.. 물집은 바늘로 따서 물빼고..
보습밴드로 붙이고 있으면 된단다.. 약도 안준다..
영 미덥지 않게 건성으로 말한다.. 이럴 때 일찍 병원을 갔어야 했었는데..
도보하고 나서 발바닥 물집따는 방법대로 바늘끝을 라이타 불에 소독해서
찔었다.. 더 쉽게 물이 빠진다.. 밴드를 붙였다.. 진짜 괜찮겠지..이젠..
..
그 다음날..
아침에 걸으려는데 허벅지가 땡겼다.. 걷기가 힘들고 통증이 더 심해졌다.. 뭐야 이거..
물집은 없어졌지만.. 어른 손바닥크기 정도로 벌겋게 변하고 약간 부풀어 올랐다..
이런 걸로 병원을 가나마나 고민하다고 결국 갔다.. 의사가 보더니..
2도 화상으로 화상자체는 심하지 않지만 왜 이틀이나 지나서 왔냐고.. 바로 오지..
잘못해서 2차 감염되면 심하면 죽을 수도 있다고 겁을 주면서
한참 잔소리를 하다가.. 그 약사도 나쁜놈이라며 둘을 싸잡아 씹었다.
내가 무슨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괜히 주죽들어서 고분고분 듣고만 있었다.
내 돈 내고 왔는데... 뭔가 억울한 이 기분..
확실히 내가 좀 미련하긴 하다.. 인정한다..
..
..
어릴 때 .. 국민학고 시절.. 축농증 때문에 처음으로 병원에 갔었다..
숙제 같은거 할 때 방바닥에 엎드려서 오래한 게 문제였단다..
휴학하고 군대가기 전.. 거시기(?) 수술 하느라 또 한번 갔었고..
몇년전 사랑니 때문에 치과 갔다가 스켈링만 하고 왔고..
이번 병원 체험(?)이 .. 그러고 보니.. 태어나서 치료목적으로 간건
4 번째가 된다.
병원 적게 간게 자랑은 아니지만.. 나이가 삼십대 중반이 될 때까지
참 운좋게도 크게 다친 적 없이 살아온거 같다..
..
그런데 언제부턴가 더이상 내몸에 자신할 수가 없어진다..
웬만한 감기는 약없이 견뎠는데..이제 더이상 약없이 감기와
맞장 뜰 자신이 점점 없어진다.
괜히 오기부리다가 겨우내내 감기로 찌질거린다.
등산같이 좀 힘든 운동하다가 다쳐도 피나는 상처는 후시딘이나 아까징끼..
피 안나는 상처는 물파스로 다 해결했는데..
이젠 등산이나 밤샘도보할 때 아스피린을 비상용으로 한두알 꼭 가지고 다닌다.
아무리 지치고 피곤해도 "쉬면" 나을거라는 확신이 있었는데..
이젠 그냥 쉬기만 하면 안될거 같은 약한 생각이 먼저 든다..
몸에 자신이 없어지니 당연히 몸을 사리게 된다..
무리해서 몇번 혼이 나고 부터는 무리하기가 겁이 난다..
늙었나..
..
나보다 수십년 더 오래 사신 부모님이나.. 할머니..
입버릇처럼 여기저기 아프다는 말씀을 자주 하시는데..
전에는 그냥 그러려니 흘려 들었는데..
내가 벌써 이런데.. 그분들 몸은 어떨지..
험한 세월 살아오시며 말못하고 참아오신.. 또 지금도 참고 계신
그 고통의 크기가 어느 정도나 될지 ..
젊으실 때는 가난과 싸우느라 몸부림쳤고.. 이제 좀 여유있게 살만하니.. 망가진 몸에
고독하게 시골에서 하루하루 보내시는 노친네들의 그 심정을...
약간은.. 아주 약간은 이해가 갈듯말듯..
저녁에 전화나 한번 해봐야겠다.
..
..
허연 밀가루 반죽 같은걸 허벅지에 바르고
붕대로 칭칭 감아주면서 앞으로 2주 정도는 심한 운동하지 말란다..
상처없이 완전히 아물려면 한달 정도 걸린다나..
..
곧 있을 울트라는 어쩌라고..
우쒸.....
여자하고만 그랬었어도 말도 안한다.
매력적이고 젊은 아가씨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가끔 만나서 잔소리만 하는 선배 유부녀들 정도만 됐어도
이렇게 억울하지는 않았을텐데..
..
저녁에 무교동에서 돼지갈비 뜯으며 ..
서로 질리게 자주보는 비슷한 처지의 고등학교 동기녀석과
영양가없는 노가리나 풀면서 술잔 기울일 때까지만 해도
별문제 없었는데..
먹고나서 차라리 2차를 가거나 그냥 조용히 각자 집으로
갔어야 했는데..
운전하려면 술깨야한다고.. 좀 걷자더니.. 종로 1가 근처 큰길가
커피빈인지.. 자바빈인지.. 눈에 띈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
잘됐다..저기 가서 좀 있다가 가잔다..
인간아..내가 니하고 저런 데가서 커피나 마셔야겠냐..
별로 안땡겼지만.. 사준다길래 그냥 따라들어갔다..
..
늦은 시간인데도 넓은 실내에는 젊은 여성들로 가득찼다.
몇번 이런 데 와 봤지만.. 아직도 적응이 안되는 곳이다.
무슨놈의 커피이름은 왜 그리 길고.. 비싼지..
무슨 모카인지 하나 하고.. 무슨 카푸치노 이렇게 아무생각없이 두잔을 시켜서
밖에 나가서 먹을까 했는데 날씨도 춥고.. 마침 가까운 테이블에
빈자리가 생겨서 거기 앉았다. 남자 둘이서.. 나참..
앉았으면 그냥 마시면 될텐데.. 어떤게 모카인지.. 카푸치노인지..
내가 왜 그랬을까.. 뭐가 궁굼하다고.. 열어서 확인한다고
뚜껑을 뜯으려는 순간.. 미끄러운 탁자에 커피잔이 빙그르 돌면서
넘어져서 내 바지에 쏟아 버렸다..
허벅지에 뜨끔한 느낌이 잠시 있었지만.. 쏟아진 커피 닦고 옆사람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느라 정신없는데..
이 자식은 오줌싼거 같다고 키득거리면서 폰카메라를 들이댈려고 하고..
암튼.. 남은 커피를 마시는 듯 마는 듯 먹고 나왔다..
..
밤늦게 집에 와서 씻고 보니 허벅지 안쪽이 화끈거렸다.
냉장고에서 얼음을 꺼내 한참동안 붙이고 있다가 자려는데..
은근하게 뜨뜻해지는 기분좋은 열기가 느껴졌다. 그날은 그냥 그렇게 잤다..
괜찮겠지..
..
다음날..
콩알만한 물집이 2 개 생기고.. 계속 쓰려서.. 후시딘이나 바르고 있다가..
오후가 되어 약국에 갔더니.. 상처보자고 해서 약국 구석 어두운데서
바지내리고.. 대강 보더니.. 별로 심하지 않다면서.. 물집은 바늘로 따서 물빼고..
보습밴드로 붙이고 있으면 된단다.. 약도 안준다..
영 미덥지 않게 건성으로 말한다.. 이럴 때 일찍 병원을 갔어야 했었는데..
도보하고 나서 발바닥 물집따는 방법대로 바늘끝을 라이타 불에 소독해서
찔었다.. 더 쉽게 물이 빠진다.. 밴드를 붙였다.. 진짜 괜찮겠지..이젠..
..
그 다음날..
아침에 걸으려는데 허벅지가 땡겼다.. 걷기가 힘들고 통증이 더 심해졌다.. 뭐야 이거..
물집은 없어졌지만.. 어른 손바닥크기 정도로 벌겋게 변하고 약간 부풀어 올랐다..
이런 걸로 병원을 가나마나 고민하다고 결국 갔다.. 의사가 보더니..
2도 화상으로 화상자체는 심하지 않지만 왜 이틀이나 지나서 왔냐고.. 바로 오지..
잘못해서 2차 감염되면 심하면 죽을 수도 있다고 겁을 주면서
한참 잔소리를 하다가.. 그 약사도 나쁜놈이라며 둘을 싸잡아 씹었다.
내가 무슨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괜히 주죽들어서 고분고분 듣고만 있었다.
내 돈 내고 왔는데... 뭔가 억울한 이 기분..
확실히 내가 좀 미련하긴 하다.. 인정한다..
..
..
어릴 때 .. 국민학고 시절.. 축농증 때문에 처음으로 병원에 갔었다..
숙제 같은거 할 때 방바닥에 엎드려서 오래한 게 문제였단다..
휴학하고 군대가기 전.. 거시기(?) 수술 하느라 또 한번 갔었고..
몇년전 사랑니 때문에 치과 갔다가 스켈링만 하고 왔고..
이번 병원 체험(?)이 .. 그러고 보니.. 태어나서 치료목적으로 간건
4 번째가 된다.
병원 적게 간게 자랑은 아니지만.. 나이가 삼십대 중반이 될 때까지
참 운좋게도 크게 다친 적 없이 살아온거 같다..
..
그런데 언제부턴가 더이상 내몸에 자신할 수가 없어진다..
웬만한 감기는 약없이 견뎠는데..이제 더이상 약없이 감기와
맞장 뜰 자신이 점점 없어진다.
괜히 오기부리다가 겨우내내 감기로 찌질거린다.
등산같이 좀 힘든 운동하다가 다쳐도 피나는 상처는 후시딘이나 아까징끼..
피 안나는 상처는 물파스로 다 해결했는데..
이젠 등산이나 밤샘도보할 때 아스피린을 비상용으로 한두알 꼭 가지고 다닌다.
아무리 지치고 피곤해도 "쉬면" 나을거라는 확신이 있었는데..
이젠 그냥 쉬기만 하면 안될거 같은 약한 생각이 먼저 든다..
몸에 자신이 없어지니 당연히 몸을 사리게 된다..
무리해서 몇번 혼이 나고 부터는 무리하기가 겁이 난다..
늙었나..
..
나보다 수십년 더 오래 사신 부모님이나.. 할머니..
입버릇처럼 여기저기 아프다는 말씀을 자주 하시는데..
전에는 그냥 그러려니 흘려 들었는데..
내가 벌써 이런데.. 그분들 몸은 어떨지..
험한 세월 살아오시며 말못하고 참아오신.. 또 지금도 참고 계신
그 고통의 크기가 어느 정도나 될지 ..
젊으실 때는 가난과 싸우느라 몸부림쳤고.. 이제 좀 여유있게 살만하니.. 망가진 몸에
고독하게 시골에서 하루하루 보내시는 노친네들의 그 심정을...
약간은.. 아주 약간은 이해가 갈듯말듯..
저녁에 전화나 한번 해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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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 밀가루 반죽 같은걸 허벅지에 바르고
붕대로 칭칭 감아주면서 앞으로 2주 정도는 심한 운동하지 말란다..
상처없이 완전히 아물려면 한달 정도 걸린다나..
..
곧 있을 울트라는 어쩌라고..
우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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