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

생리중.. 혹은 후유증..

권성재 2007. 9. 27. 15:32
아주 어렸을 때 같다.
기억이 아직 남은걸 보니 간난아기는 아니였고..
그렇다고 초등학교 입학까지는 아니였는데.. 한 대여섯살쯤 되었을 때였나..
초가집을 스레트지붕으로만 바꾼 방 2개짜리  흙벽 시골집에 살 때였는데
방 하나에는 부모님이, 나머지는 할머니와 우리 형제들이 잤다.
..
그날 밤도  지금처럼 ..
알 수 없이 불안하고.. 초조하고.. 막막하고.. 가슴 한구석이 텅빈거 같은..
무기력하면서도 어떤 떨림 같은 .. 불안정한 감정상태였었던 거 같다.
행동에 판단이 안서고.. 익숙하게 해오던 간단한 결정들도 도저히 내릴 수가 없었던..
그래서 밤에 도저히 잠이 오지 않던 ..
잠을 못자고 안방과 사랑방에 연결된 나무 마룻바닥을 ..
밤늦도록 콩콩거리면서 뛰어 다니면서..
할머니 품에 안겼다가.. 어머니 품에 안겼다가..
결국은 지쳐서 ..  아마 할머니 품에서 잠이 들었던거 같다..
그 어린 나이에 그런 감정을 구분할 수 있었을까만은..
머리가 굵어진 이후 .. 지금처럼.. 어느 순간.. 데자뷰같은 감정의 터널을 타고
그 당시가 감전된 듯 떠오른다..
..
3형제들 개구장이 짓에 손에 든  빗자루를 놓을 새가 없었던 어머니도..
하루종일 피곤에 지쳐 단잠에 빠져드려는 할머니도..
밤늦게 잠도 못자게 부스럭거리며 돌아다니는 아들손주가 귀찮지도 않으셨는지..
그때는 두 분 모두 야단 한번 안치면서 그냥 .. 내가 이불속에 들어가면
가만히 품어 주시기만 했었다..
내가 한 행동도 이해가 안가지만.. 그런 나를 그냥 가만히 놔두신 두분도 이해가 안간다..
..
..
지금..
추석연휴 끝나고.. 먹구름에 어두운 하늘.. 가을비가 추적거린다..
지능테스트 프로그램과 카드결제 연동작업을 요청받고도 그냥
씹고 있다.. 이러면 안되는데..
..
몸뚱아리에 쇠뭉치 달고.. 바다에 던져진 것처럼..
어둡고 깊은.. 끝을 알수없는 심연의 바다속으로..
계속 가라앉고 있는 기분이다..
팔을 뻗어 몸부림치며 수면을 향해 허우적거리지만..
단단히 묶인 쇳덩이는.. 그리고 지구의 중력은..
매정하게도 밑으로 밑으로.. 나를 끌어 당길뿐이다..
저 어둠에 항복하고...그 어둠이 되라고..
그 편안한 죽음같은 어둠을 두려워말라고..
죽음은 곧 열반이요 해탈이라고..  유혹하는 듯..
..
유혹에는 달콤함이 묻어 있기마련이다..
모든 고통의 이면에는 "시간" 이라는 질긴 존재를 굳게 가정하고 있다..
"시간"을 말랑말랑하게 녹여버릴수 있다는 .. 달콤한 유혹을
믿고 싶어진다..
시작과 끝..
알 수 없는..  알아도 소용없는 시작에 이미  흥미를 잃어버렸고..
끝에 대한  기대나 설레임도 남아있지 않다..
그 사이에서 .. 언제부턴가  잃어버린 "길"에 대해서도..
찾을 맘 마저 잃어버렸다..
..
그냥 멈춰버렸다.. 그냥..
뭐냐 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