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

[한여름밤의 개꿈]

권성재 2007. 9. 5. 19:58
[한여름밤의 개꿈]

김신조 일당의 설레발로 수십년간 꽁꽁 닫혀 있던 청와대 뒷산 서울성곽이
이번주 공휴일도보 대상이다.  가끔 평지가 아닌 산도 좋지...
와룡공원에 모여 인사하고 잠깐 산길을 걸어올라가니  금방 능선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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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쪽 성곽길 끝, 나무에 가려진 대공진지에 35미리 오리콘 대공포의 넙적한 포신 2 개가 보인다.
저게 분당 1100 발을 발사해서 유효사거리 4Km에 안에 들어오는 표적을 걸레로 만들어 버린다지..
"비호"라는 걸출한 국산발칸포가 몇년전 개발됐지만..
멀쩡한 중고를 폐기할 수 없어서 청와대에 박아두었다더니 저기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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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더 가니  멀리 팔각정에서 이어지는 높은 봉우리에 뭔가 시설이 보인다.
망원경을 꺼내서 보니 단거리 지대공유도무기인 "천마"가 분명하다.
레이다 추적거리 20Km , 유효사거리 10Km 유효고도 5Km.. 이 안에 들어오는 적의
전투기나 헬기등은  천마에 달린 지대공 유도미사일에 박살이 난다.
현재 러시아 S400 기술도입으로 만들어지는 중거리 미사일 체계 개발사업인 KM-SAM 이 2011 년쯤
완성되면 방공체계는 어느 선진국 못지않게 빵빵해진다.
MD 에 가입하라고 미국이 꼬시고 있지만.. 휴선전을 불과 4,50Km 밖에 안되는 위치에 접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대응하는 고고도 미사일방위체계는 천문학적 비용에 비해 실속은 없다.
러시아나 중국이 명확한 적국으로 돌변한다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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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전망좋은 위치에 깔끔하게 지어진 탐방로 입구 쉼터.
인터넷 카페처럼 LCD 모니터의 컴퓨터가 여러대 놓여있고..
일일이 신분증으로 신원확인을 한다.
토끼풀소화님이 눈짓한 후  젊은 남자직원에 접근하여 미인계로 유혹하며 시선을 돌린다.
잽싸게 컴퓨터에 앉아서 가지고 온 USB저장장치를 본체 포트에 꼽고 콘솔명령어로
파일을 복사해서 압축풀고 설치..
중국애들 버전의 IRC봇이 소스는 지저분해도  의외로 단순무식하게 잘먹힐 때가 있다..
국내기간망에서 사용하는 각종 보안솔루션에 탐지되지 않게 소스를 패치하고 재컴파일하느라
며칠밤을 꼬박새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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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가 211.61.xx.101 이고 게이트웨이가 211.61.xx.190   이런 .. 10.0.1.10 사설IP를 쓰는군..
방화벽 펄터링규칙도 예상외로 빡빡하다.
시간이 좀 걸리겠는걸..  몇가지 조치를 더한다..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
다행이 아직도 젊은 직원은 토끼풀님의 가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한번 더 확인하고 마무리.. 화면을 원래대로 돌려놓고 자리를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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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이제 내일 집에가서 클라이언트를 실행만 하면 된다.
청와대에 연결된 모든 국가시스템은 이제 내 손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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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야에서 내려다 보는 서울의 전망이 시원하다.  무더위도 한풀 꺽이고.. 이제 곧 가을이다.
깃발든 피치님을 선두로  한줄로 서서 성곽길을 따라간다.
수진앙마님은 평지나 산길이나 나풀나풀 잘도 걷는다.
가벼운 산행에 참이슬님의 가방이 빵빵한거 보니 또 참이슬 잔뜩 넣어왔나 보다.
오늘은 과일조아.님이 어떤 과일을 싸가지고 왔을려나..
산길은 부담스럽다던 소보로님도.. 힘들다고 투덜거리는 깃발님을 잘 달래서 데리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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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정문과 청운대를 거쳐  백악마루 정상에서 잠시 쉬면서 물 한모금...
창의문을 통해 하산.. 2시간 남짓 짧은 산행을 마무리하고
점심먹으로 어디로 갈까 고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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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악.. 이런 새십원짜리.. 눈앞이 깜깜하다..
USB를 거기 꽂아두고 그냥 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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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후 ..
김만복 국정원장의 긴급 기자회견이 생방송으로 전국에 방영된다.
건국이래 최대 간첩단 적발 ..
"인도행"이라는  반국가단체를 조직하여 국가전복 기도..
전국적인 하부조직망을 통해 기밀정보 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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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역수괴 암호명  "솔낭구"와 카페운영진들의 사진이 붙은
간첩 조직도가 그려지고..  각자 직책과 임무가 적힌 차트가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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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도피한 거물급 "용팔이" 검거를 위해 LA 에 수사관 급파..
국내에 잠적한 자금총책 "은빛향기" 검거에 수사력 집중..
해외도보를 빙자하여 정기적으로 중국와 일본의 조직원과 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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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처20촌의 친구의 옛애인이 인도행에 가입했다가 탈퇴한 사실이
조선일보 머릿기사로 실리자..
한나라당은 즉각.. 노무현정권 퇴진과 좌경용공세력 척결을 위한 범국민결의대회를
준비한다..
1987년 제 13대 대통령선거 이후 최대인파가 여의도광장에 모여 시위를 한다.
재향군인회, 해병대전우회 등에서 나온 요란한 군복입은 할아버지들이
인도행 깃발과 인도행에서 출간된 서적들을 쌓아놓고 불을 지르며 구호를 외친다.
"무찌르자 공산당 !!"
"때려잡자 인도행 !!"
..
서울인근 야산에서 발견된 '드보크'에서는 간첩행위에 사용되는 각종무기와
공작금, 송수신기, 통신문건 등의 물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 옆에서  포승줄에 묶여있던 카미노님이..
저 산넘어 또 한 군데 있다면서 깃발들고 앞장선다..
그러자 호송관들이 힘들다며 고만가자고 사정한다.
..
기밀을 유출한 방법이 하나씩 밝혀지자 사이버수사대에서도 혀를 내두른다.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서 카페사진방에 업로드하기 전에
JPEG 포맷에서 이미지 데이타가 저장되는 이진비트열 중간중간에
FDCT 압축 알고리즘의 헛점을 이용하여 빈공간을 만든 뒤
수집한 국가기밀을 DES 2048비트 방식으로 암호화시킨 문자열을 저장한다.
그러면 적절한 키를 가진 사람이라면 어느곳에서든지 복호화시켜서 내용을
확인할수 있게된다.
이 작업을 총지휘한 사람으로 마음나그네님이 지목되자 .. 자기는
전에 쇼핑몰 상담원이 마우스를 상품이미지 위에 갖다대면 풍선도움말이
나온다길래.. 마우스를 아무리 모니터에 붙이고 있어도 풍선이 안나타나서
대판 싸운 적이 있다면서.. 자기는 컴맹이라 그런거 할줄 모른다고
억울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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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자 인도행의 비인도적인 행위들도 하나하나 드러난다..
어린자식이 한글을 배우기도 전에.. 의식화 교육을 통해 불온사상으로 세뇌시키고
걸음마를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 전국각지를 끌고 다니면서 강제로 고난의 행군을 시킨
샤넬퀸 등 비정한 부모에 대해서 .. 국가보안법 외에 아동학대죄로 추가 기소가 가능한지
법률검토작업에 들어간다.. 그러자 샤넬 코리아에서 회사 이미지에 악영향일 줄 수 있다며
짝퉁검사를 먼저 해야한다고 정부에 탄원서를 제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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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동 대공분실이 폐쇄되고.. 남산 안기부가 주민들 문화생활공간으로 탈바꿈한 걸 가지고
세상 좋아졌다고 하지만.. 빛이 밝으면 그림자도 짙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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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남양주시 외곽, 돼지도축장을 가장한 건물 지하에 1000 여명을 동시 수용할 수 있는
방대한 규모의 종합고문단지가 극비리에 조성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회전식 대량전기고문장치"는  세계에 자랑할 만한 시설로
미국의 NCA 와 이스라엘의 모사드, 중국공안에서도 이미 견학을 했을 정도로
그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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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치는  통닭바베큐만들 때 쓰는 기법과  돼지도살용 컨베이어벨트의 움직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었는데.. 한번에 수백명을 동시에 전기고문할 수 있다.
단순히 규모만 큰게  아니라.. 사람 몸에 이식된 RFID 칩을 이용한 첨단의 유비쿼터스 기술이
접목되어 있어서.. 피고문자의 건강상태와 정신상태에 따라 자동으로 전압과 전류, 시간을
조절할 수 있고.. 가끔가다가 몸을 아래위로 한번씩 뒤집어 주는 센스까지 갖춘 장치다..
..
일설에 의하면..
국제적으로 개쪽을 당한 황우석 박사가.. 자신을 망신 준 인간들에게 복수하기위해
돼지 수천마리를 실험용으로 쓰며 개발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
수백명의 인도행 회원들이 피투성이가 되어 대롱대롱 매달린 체 깃발을 선두로 빙글빙글 돌고 있다..
귀를 찢는 비명소리.. 지글지글 3대 영양소 연소하는 냄새..
온 몸의 털이란 털은 모조리 바짝 발기해 있고..모공에서는 모락모락 김이 나온다.
아비규환..
..
이 장치가 모든 부분에서 거의 완벽한 데.. 딱 한가지 단점이 있다.
대량으로 고문하다보니 전기소모가 어마어마하다는 점...
인근 일대가 수시로 정전이 되자..
지역주민들이 피켓 들고 모여들어서..  원인규명과 책임자처벌을 요구한다..
한미FTA  때문에 돼지고기 수요가 많아져서 그렇다고 둘러댄 후
비상용 발전기를 추가 도입하겠다고 약속한다.
..
그런데.. 여기서 돼지 목따는 소리가 아니라,
사람 목따는 소리 같은 게  들린다고 의심스러워하자..
당황한 관계자가 식은땀을 흘리며 ..
 삼라만상 인연의 그물에 얽히지 않은 존재가 없으니
 돼지와 사람이 둘이 아니요..
 사람은 사람이고 돼지는 돼지입니다..
 고로, 우리는 모두 주님의 사랑스런 어린양일 뿐입니다.
숙연한 분위기.. 감명받은 표정으로 각자 집으로 돌아간다..

..
..

지쳤다.. 이제 희망이 없다..
산아래는 이미 군경합동수색대에 의해서 겹겹이 포위당해서 개미 한마리 빠져나가지 못한다.
머리 위에서는 헬리콥터가 쉴새없이 날아다니고
독기품은 수색견의 짖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온다.
벌써 며칠째 물 한모금 마시지 못했다.. 부러진 왼쪽 다리에는 이미 감각이 없다..
이게 끝인가..  권총을 꺼내 관자놀이에 댄다..
아직도 할일이 많은데.. 여기서 끝인가..
어느새 특전사요원들이 총구를 모으고 포위를 했다..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는 확성기 소리가 꿈결처럼 들린다..
눈을 감고 씁씁한 웃음..
방아쇠에 손가락을 넣는다..
비장한 최후의 한마디를 마지막으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대한독립 만세"       ...... 이게 아니지..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 아니아니.. 이것도 아닌데..
..
"힘들어요 쉬었다가요"    ...... 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