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

알록달록 버선코..

권성재 2009. 1. 4. 22:43
장애 4등급..
..
새색시 시절부터.. 젊은 것이 벌써부터 "가는 귀" 먹었다는 시어머니의 핀잔 듣기가 일수였던
사오정 시집살이였다..
"장애자" 라는 말이 풍기는 거부감 때문에 진작 할 수 있었는데도 애써 외면해 오시다가..
환갑 한참 지나고.. 얼마전 병원에서 정밀진단 ..  며칠 있으면 장애자 등록증이 발급될거란다..
..
연휴.. 가족들 다 모인 자리.. 자식 며느리앞에 종이 몇장을 자랑스레  내놓으신다.. 
빼곡히 적힌 장애등급별 각종 세금경감 등의  혜택들에 약간 들뜨신듯....
보청기 새로 할때 얼마나 국가지원을 받을지.. 몇년전 100 만원 넘게 들여 맞춘 보청기를
새로하고 싶어하시나보다..
그냥 체념과 고통뿐이었을 늙어가는 육체의 망가짐이..
국가 복지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약간이나마 덕을 볼 수 있게 해준다는 사실에..
그저 고마운 횡재로 여기신다..
..
실제 혜택은 중요한게 아니다.. 고장난 몸일지라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노동력이 없어져도 뭔가 벌이를 한다는 ..
어떤 안도감.. 자존감에 덜 쓸쓸한 노후가 되기만 빌뿐..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
..
추수 끝난 시골의 겨울..
찬바람에 이웃 나들이 발길도 끊겨 동네는 더 적막해진다..
점심 드시고 아버지는 훌쩍 외출을 하시고..
빈집에 말 붙일이 하나 없이 홀로 남겨진 어머니..
..
자그마한 소반 하나를 들고 나오시더니 ..
두꺼운 돋보기 안경을 끼시고.. 버선 신은 두 발을 편안하게 뻗은 채로
묘법연화경 한글판을 빈 공책에 빼곡히 옮겨적으신다..
한자한자 바쁠거 없이..
..
창문으로 비스듬이 쏟아져 들어오는 겨울 햇살..
방안은 밝고..  따스하게 데워진다..
듬성듬성 시려보이는 어머니 정수리.
동지섣달 ..
시골 촌부의 한가한 일상..
..
그냥.. 겨울은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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