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

알밤 따오다

권성재 2006. 9. 23. 18:17
점심 먹고나니
도저히 집에 있을수가 없었다.
구름 한점 없는 가을의 파란 하늘과 맑은 볕을
창문 귀퉁이로만 보고 있다는 건
이 계절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나름 단정하고
등산화 신고 집을 나섰다.
..
경기도로 나가는 704  버스 타고 송추 근처 야산 기슭에 내렸다.
오봉산 석굴암 .. 어쩌구 하는 곳이던데
실제 등산로와 석굴암은 근처 군부대에서 통제해서 가지는 못했다.
불행중다행인지
시골동네 골목을 좀 걸어 들어가니 산기슭에  밤나무들이 무성했다.
..
어린시절 기억이..
나무가지를 던져 익은 밤송이 떨어뜨려 등산화로 벌려 밤을 땄다.
자그마하면서도 알찬게 토종밤일꺼다.
이럴 줄 알았으면 봉지라도 하나 가져올걸..
두 주머니 불룩하게 딴 후 .. 더 욕심 안내고 
근처 계곡물가에서 잠시 쉬었다.
뻐들이가 노니는걸 보니 1 급수겠더라.
..
돌에 앉아서 주머니칼로 생밤을 몇개 까먹었다.
서쪽으로 기울어가는 가을볕은 점점 노란색을 띄어가고..
나무가지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이 수면에 비치면서
물속 모래바닥을 배경으로
송사리들의 한들한들한 춤사위를 연출한다.
남은 밤들은 집에가서 삶아 먹어야겠다.
..
..
서울 가는 버스타려고 큰길가 정류장에 있는데
멀리서 싸이렌 소리가 나더니 서울방향으로 헌병대 차가 한대 지나가고
바로 뒤따라  탱크들이 굉음을 울리며 대여섯대 쯤 지나간다.
K1 아니면 K1A1 전차 쯤 될꺼 같다.
정류장 벤치에 앉은 나의 엉덩이를 마치 헬스장 진동기처럼
떨게 만들며 지나간다. 고막도 상당히 괴롭히고..
..
짜식들 쿠데타 하러 가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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