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

야간산행

권성재 2006. 9. 22. 11:25
어제 오후
일몰 보려고 밥 싸고 보따리 싸서 북한산 철조망을 넘었다.
향로봉 아래 절벽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기어올라가니
6 시경, 아직 해는 두어뼘 남아 있다.
..
근처 나즈막하면서도 통통한 소나무에 해먹을 걸고
누워서 잠시 휴식..
..
해넘이..
한강이 가로지르는 서울 시가지를 한눈에 보면서 맞이하는
태양의 귀가길
..
맨눈으로 해를 볼수 있을 때부터 지평선 넘어로 막 사라지는
그 시간의 선정적인 저녁 노을이  같은 장소에서 몇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다.
막 해가 숨는 그 순간,
세상은 맑은 저녁 어스름에 잠깐동안 깨끗해지는 느낌이다가
차츰차츰 산아래 하루동안 번잡했던 도시의 불빛들이
보석가루마냥 하나둘 켜지기 시작하고 얼마안가 화려한
빛의 쇼를 시작한다.
하늘의 별빛을 끌어와 땅에 뿌려놓은 것처럼.
..
..
한참 멍하니 있다가
비봉 진흥왕순수비 있는 꼭대기에 가서 또다른 시야에서
도시 야경을 보며 싸온 밥과 미숫가루를 먹고
한참 바위에 기대있다가 내려왔다.
아.. 시선 놀음..
..
..
다 좋은데 집에와서 보니 주머니에 있던 열쇠고리를 잊어버렸다.
..
오늘 아침, 7 시에 일어나 다시 맨몸으로 가볍게
산을 올랐다. 예상대로 어제 저녁 향로봉 해먹 치고 누워있던 자리에서
열쇠고리를 찾았다.
본의아니게 어제 해넘이를 구경하던 거기서
신선한 가을아침을 맞이하고 왔다.
..
내가 몸이 좀 좋아진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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