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

영화 "6년째 연애중" 을 보고

권성재 2008. 2. 1. 13:05
6년째 즐기는중.. 부러울 따름이다..
..
택시 접촉사고 장면 빼고는 큰 돈 들인데 없었을거 같은 영화다.
밝고 깔끔한 화면.. 가볍고  자극적이지 않은 사건들.. 부담없이 봤다..
영화라는걸 알면서도 흔히 그렇듯 얄미운 데가 있다..
잘생긴 젊은 남녀들.. 이쁘게 꾸민 보금자리.. 잘나가는 직장..
걱정같지 않은 걱정.. 고민같지 않은 고민..
자연스럽게 여자 입술을 훔치고.. 넘어뜨리는 기술..
완벽에 가까운  피임법..
..
원두커피를 소주에 타먹는 장면에서는..
"파이란"에서 건달 최민식이가 식빵에 벌건 김치를 넣어먹는
장면이 생각났다.. 이것도 해봐야겠다.. 보나마나 별로겠지만..
..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무자년 설맞이 15세이상 관람가였다..
김하늘 이미지에서 육감적인 장면을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최소한,
부교감계의 신경자극으로 체내 혈류량을 조금이라도 늘려주는 정도의
팬서비스는 있어야 하지 않나..
남자 주인공 윤계상이가 잘나가던 가수 G.O.D 멤버였다는것도 첨 알았다..
불꺼진 탁구장에서의 노숙한 깜짝 로맨스도 신선했다.
다른 데는 몰라도 종양이 여자들의 가슴에는 접근 안했으면 좋겠다..
..
내공의 부족인지..
6년 연애에서 우러나는 깊은 맛을 온전하게 느끼지는 못했지만..
사람들은.. 시간이 쌓일수록 "편안함"의 편안함을 점점 잊어가는거 같다..
항상 그자리에 있어주는 존재의 고마움을 어느 순간 잊어가는거 같다..
..
뜨겁게 사귀던 연인이나 부부들이 헤어지는 이유가,
흔히 생각하듯 애정이 식거나, 친밀감이 덜해지거나..
더이상 관심이 없어졌기 때문이 아니라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존중" 이란다..
너무 편해져서 .. 항상 그자리에 있어와서..
자신들도 모르는새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이 없어지게 되고..
당연하게 나를 위해서 하던 대로 해야한다는 이기심 때문이란다..
그것이 없어진 자리에 "무시"라는 것이 끼어들기 시작하면 파국은 금방 온다.
..니가 뭘알아.. 잠자코있어..  몰라도돼..
..
옛날 어른들은 결혼해서 오랜세월이 지나도 아내에게 존대말을 써주고..
둘만있는 잠자리에서도 화장과 말과 옷매무새에 신경을 썼던게
아마 이 존중의 가치를 알았기 때문이 아닐까?
항상 연애하는 듯한 부부..
이건 더 영화같은 공상인가?
..
..
여전히 편한 사람과..  편하게 팝콘먹으며..  편하게 보다가..
다른 사람들처럼 ..
편하게 손잡고 영화관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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