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

몇가지 소식들..

권성재 2009. 8. 3. 12:44
## 좋은 소식

구문초 驅蚊草 ..  
국어 사전에는 없는 말이지만..  모기 쫓는 식물이라는게 진!짜! 있었다..
지난 여름 동생이 사온 로즈마리 허브 화분을 창가에 두고
가끔 한컵의 물로 흙을 적셔주면서  손바닥으로 쓰다듬어
냄새를 맡아보곤 한다..  
냉장고 채소도 다 떨어져서 그냥 맨라면만 먹기에 식상할 때
그 잎을 몇개 따서 넣으면 진한 향이 배어나는 "허브 라면"이 된다.
유난히 모기가 극성이던 작년에 사둔 모기장을  
올해는 한번도 꺼낼 필요가 없었다.. 아직까지는..
신기하다.
한낱 식물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하기는 첨이다..
그 고마움에 대한 답례로 할 수 있는건 가끔 물 한잔 주는 것밖에  
없지만.. 그나마 뿌리가 썩을듯 지난친 애정과잉을 조심해야지..


## 나쁜 소식

사회온도가 올라가면서 사람들만 점점 영악해지는게 아닌 모양이다.
새벽녘.. 한참 단잠을 자고 있는데  억지로 잠에서 깨어나게 되는 불쾌한 경험을..  
작년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는 모기떼의 습격이 야기했었지만..
올해는 열어놓은 창문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름돋는 "악마의 괴성"이 대신하고 있다..  
보통같으면 대낮에 사람이 근처에 가면 화들짝 놀라 도망가 버리는데
근래에는 빤히 처다보다가 뒤돌아보면서 천천히 자동차 밑으로  기어 들어가거나  
담장 위에 뛰어 올라가 약올리듯 보다가 사라진다..
..
음식물 쓰레기가 골목마다  널려있고 천적이 없다보니 미련한 인간의  
허세부리는 위협쯤은 전혀 무서워하지 않게 된 모양이다..
한밤중 자기들끼리 교미를 하는지 세력다툼을 하는지.. 시끄럽게 굴다가도
창문 넘어 .. 저리가.. 크게 소리 지르면 순간 쥐죽은 듯 조용해져야 정상인데..
이젠 귓등으로도 안듣는지 들은체 만체 하며 자기들 하던 짓 계속한다..  
열받는다..
어두운 곳에서 유난히 크게 들려오는 으어엉... 와아앙.. 오오웅..으애앵.. 쿠오..
이 괴기스럽고 섬뜩한 고양이놈들의 아가리를 그냥 확...


## 슬픈 소식

온나라가 여름휴가에 대한 강박증이 절정에 달할 무렵,
우리집 식구들도 조촐하게 모여 휴가겸 안부인사 드리러 시골갔는데..
집 삽지껄에 들어서면서 뭔가 좀 분위기가 이상했다.
일년에 몇번 못보지만 올 때마다 겅중겅중 뛰며 기뻐하던 멍구가 없었다..
..
사실 어느정도 예상은 했다..
개털 날리고 시끄럽게 짖는걸 못마땅하게 여기시던 아버지와
덩치가 커지면서 매끼 먹이 주기에 힘이 부친  어머니가
윗동네 가축농장에 십여만원 받고 팔아 버렸다고 한다.
농장 지키게 하려고 사간다고 했지만.. 아마 어느 보신탕집에
다시 팔려 갔을지도 모른다..
..
집앞 길가에 토마토 몇 포기를 심어서.. 얼마전 어린애 머리통만한
커다란 토마토가 벌겋게 익어 가고 있었는데..
길가던 어느 인간이 몰래 따가버렸다며 아까워하신다..
멍구만 있었으면 괜찮았을텐데 하며.. 속상함 반, 그리움 반의
멍구에 대한 어머니의 그간 정이 묻어난다.


## 놀란 소식

태터툴즈.. 지금은 텍스트큐브 라는 이름으로 바뀌었고..
얼마전에는 구글에서 인수한 국산 설치형 블로그 솔루션..
..
바다서버에서 http://nonots.bada.cc 라는 도메인으로 쓰고 있는데..
DAUM 에서 이 텍스트큐브와 제휴해서 티스토리 라는 블로그 서비스를 한다..
같은 블로그 엔진을 사용할테니까.. 지금 바다 블로그의 백업서버로
쓸수 있지 않을까해서  이전을 시도해봤다..
초대장을 받아서 http://nonots.tistory.com 이라는 블로그를 만든 후
기존 사이트에서 xml 형식으로 백업 받아서  티스토리에 복원을 해봤다.
본문 내용은 물론, base64 인코딩과 디코딩으로 첨부파일과 이미지,
카테고리 구조까지 거의 완벽하게 이전 복원이 된다. 대단하다.
백업 xml 의 첫줄  migrational="false" 이부분만 true 로 수정하고 복원하면 된다.
..
XML 의 승리다..
웹2.0 운운하는 인터넷 진화의 기저에는 이 xml 의 등장이 있었건만
홈페이지 겉모습의 화려함 속에 숨겨진 새로운.. 이미 이제는 새로울 것도 없는
정보 운용의 가능성에 새삼 놀랐다.
..
구글이 사들인게 이유가 있었던 모양이다.


## 아픈 소식

언제부턴가 매년 이맘 때쯤.. 
보통 오전에 일좀 하려면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이 밀려온다.
편두통같지는 않고 .. 머리가 전체적으로 아프다.
척추에 문제가 있으면 두통이 생길 수 있다면서
동생이 정형외과 한번 가보라고 한다.
다른 때는 괜찮은데 여름 무더위 한창일 무렵에만 잠깐 이런 증상이 
있는 걸로 봐서 척추 문제는 아닌거 같다.
아마.. 밤에 잠을 푹자지 못해서 일지도 모른다.
육체는 잠이 들어도 의식은 제대로 쉬지를 못해서 아침에 
자고 일어나도 찌뿌둥할 때가 많은데 .. 이거 때문일지도..
또는 한여름 기온이 올라가고 일조량이 급격하게 많아져서 
몸이 적응하느라 몸부림치는 건지도 ..
.. 라는 내 나름대로의 돌팔이 처방을 내리고 
그냥 견디고 있다.. 
..
그러고 보니 어릴 때의 참혹(!)한 기억이 생각난다.
겨울 지나고 날씨 풀리자 부모님이 조그마한 병아리 열댓마리를 사서
어두컴컴한 헛간 구석에 칸막이를 만들어 모이주며  키웠었다.
한달 정도 지난 어느날..  병아리도 어느정도 자랐고..
구름하나 없이 햇살  화창한 초여름이었는데..
내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헛간을 열고 들어가 그 청소년기 닭들을
모조리 마당으로 불러내 일광욕을 시켰다.
따뜻하고 환한 세상에서 맘껏 돌아다니며 벌레 잡아먹으라고..
..
내 딴에는 잘하는 짓이라고 했는데 결과는 엄청났다..
그날 저녁 거의 절반 가까운 7~8 마리 닭들이 죽어버린..
"대학살사건"의 주모자가 되어버렸다.
아마 어른들도 해괴한 일이라 여겼는지 다행이  별로 야단맞지도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계속 어두운 곳에 갖혀지내던 닭들이 
갑자기 쏟아지는 햇살과 열기에 적응을 못하고 패닉상태에 빠져
어디 도망가지도 못하고 헐떡거리며 마당 근처에서 맴돌다가 
약한 놈들부터  죽어버린 모양이다.
..
얼마전 TV .. 남미 열대 정글 지대에 지나친 벌목으로..
그 나무그늘 아래에 대대로 살던 인디언들이 갑자기 늘어난 직사광선에 노출되자
백내장 같은 안구 질환으로 실명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뉴스를 본적이 있다.. 
..
자연현상 앞에선 인간이란 유기체도 참 나약하구나 하는걸 느낀다.
약간의 온도나 일조량의 변화에도.. 적응이 힘들어 괴로워하고
도태되기도 하다니..
인간세상의 종말이란.. 땅이 갈라지고 화산이 터지고 괴질이 횡횡하는
꼭 그런 다이나믹(?)하고 스펙타클(?)한 상황을 연출할 필요도 없이
그냥 조절장치에 붙은 어떤 스위치 손잡이를 조금.. 아주 조금 비틀어 발생하는
자연의 변화만으로도 동일한 결과를 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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