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

싸이월드 폭파..

권성재 2007. 5. 18. 14:10
우연히 컴퓨터 정리하다가 작년 싸이월드 그만두면서 써두었던 문서를 발견했다.
그냥 다시 읽어보고 그냥 올려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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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싸이 미니홈피 폭파의 辯 ] 2006-06-16

그냥 !!  그래 그냥이다..
지금은 모두 바뀌었지만 한때 내 온라인 사이트 비밀번호가
모두 rmsid? 였던 적이 있다. "그냥?"
티끌 하나 떠다니는 궤적도 다 그분의 전지전능 혹은
오묘한 질서이지 "그냥"은 없다고 생각하게 될 때는
"그냥" 뒤에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고
하늘의 뜬구름이 모였다 흩어지든 말든,
둘둘치킨에 닭다리 보시한 병아리들과 내가
굳이 의미를 가질까 한다면 그냥은 그냥이다..
삶은, 죽을 때까지 "그냥" 뒤에 물음표가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하면서 행복과 고통이라는 상하한선 사이에 던져진
럭비공을 차면서 드리블하는 것일지도..

..

각설하고..
차들이 씽씽달리는 대로변에서 두눈 질끈 감고 건너편으로
가로질러 뛰어 가고픈 생각이 들 때가 없었나?
자신없어 바들바들 떨면서도 북한산 바위절벽을 매달려
오르고픈  생각이 들 때가 없었나?
새벽녘 지독한 악몽에 시달리다 이게 꿈인지 생신지
불분명해서 두 눈에 힘주고 팔뚝을 꼬집어 본적은 없었나?
그냥 이대로 있다간 한여름 무더위에 금방 상해버릴
음식같은 처지가 될꺼라고 느껴본 적은 없었나?
신이 내린 가장 잔혹한 저주.. 심심함...
또 말이 딴방향으로 새는군..

..

진짜 각설하고..
2006년 독일월드컵 예선 한국과 프랑스 경기 결과,
2006년 6월 19일 낮 12시 까지 한국의 승리가 공식 확인될 경우를
제외한 모든 상황에서 2006년 6월 19일 낮 12시 쯤에 내 싸이월드의
미니 홈피를 폭파하겠다. 폭파란 곧 회원탈퇴로 홈피 접속 불능을
뜻한다. 비기거나 천재지변으로 경기가 취소되거나 혹은 위 날짜를
넘겨 연기될 경우에도 짤없다!!

왜 하필 축구경기 결과를 가지고 이짓꺼리냐라고 할 수도 있다.
프랑스전에서 한국이 이기길 원하는 생뚱맞은 애국심의 발로라고
여기거나, 죽을 맘 전혀 없으면서 한강대교 위에 올라가 자살쑈하는
인간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만,
내게서 분명한건 내 싸이의 운명을 내 손에서 놓아버리고픈 생각과
그 운명을 아직 정해지지 않은 불확실성에  맡겨두고 싶을 뿐이다.

동전 던져서 앞뒷면 따져도 되겠고, 찻길에 나가 처음 목격하는
시내버스의 번호판 숫자를 이용하거나, 동네 수퍼마켓에 들어가
아무거나 짚히는 과자봉지의 제조번호의 끝자리, 그날 핸드폰으로
첨 걸려온 수신자 번호의 합계 등으로 판단해도 되겠지만,
아무래도 나 혼자만 확인할 수 있는 그런 방법은 좀
거시기하잖아..

..

디지털신호로 이루어진 실체없는 영역에 투사된 내 외연의
자그마한 확장일지언정, "정떼기"가 필요하다는건 그만큼 정이
들었었다는 뜻이겠고.. 그건 곧 상실에 대한 아쉬움과 고통이
없을 수 없음을 인정한다.

자발없다는 힐난은 수용하겠지만
왜 쓸데없는 짓하냐고 별생각없이 묻는다면
"그냥"이라고 별생각없이 대답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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