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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산행 어제 오후 일몰 보려고 밥 싸고 보따리 싸서 북한산 철조망을 넘었다. 향로봉 아래 절벽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기어올라가니 6 시경, 아직 해는 두어뼘 남아 있다. .. 근처 나즈막하면서도 통통한 소나무에 해먹을 걸고 누워서 잠시 휴식.. .. 해넘이.. 한강이 가로지르는 서울 시가지를 한눈에 보면서 맞이하는 태양의 귀가길 .. 맨눈으로 해를 볼수 있을 때부터 지평선 넘어로 막 사라지는 그 시간의 선정적인 저녁 노을이 같은 장소에서 몇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다. 막 해가 숨는 그 순간, 세상은 맑은 저녁 어스름에 잠깐동안 깨끗해지는 느낌이다가 차츰차츰 산아래 하루동안 번잡했던 도시의 불빛들이 보석가루마냥 하나둘 켜지기 시작하고 얼마안가 화려한 빛의 쇼를 시작한다. 하늘의 별빛을 끌어와 땅에 뿌려놓은 것처럼... 더보기
새벽잠 설치다.. 가위가 눌렸던 걸까.. 이미 동이 터 훤한 창밖 북한산 위 파란 하늘이 먹구름 사이로 드문드문 보인다. .. 응급실 전기충격기의 격렬한 자극으로 간신히 의식을 현실로 끌어들인 후 한동안 멍한듯. .. 꿈 끝자락 몸부림의 여운에 아직도 가슴이 답답하다. .. 의외의 사람들이 등장하고, 노숙자 같은 사람이 보이고.. 어두운 곳 거적을 덮어쓰면서 떨고 있는 존재가 나인지.. 아마 이때 잠시 현실로 돌아와 태풍지나는 가을밤 찬공기 막으려 이불을 끌어 덮고 다시 잠들었던거 같다. .. 할머니..할머니.. 이천수가 경찰에 의심받는 척 해주고.. 뻥튀기 만지던 할아버지가 시조를 읊으며 학인지 종이비행긴지 그런걸 타고.. 시골 동네 신작로에서 감자와 대파를 든 노파가 나와 같이 버스를 타려고 하는데 버스운전자는 정확한.. 더보기
월식 月蝕 한다길래.. 저녁 9 시 뉴스 보고나서 보따리 싸서 앞 북한산에 올랐다. 산아래는 조용하더니 향로봉능선에서 비봉능선 올라서니 몸이 휘청일 정도로 바람이 세게 불었다. .. 향로봉 정상에서 남쪽 산허리 조금 더 내려와 나무 아래 편편한데 골라서 판쵸 깔고 매트리스 깔고 침낭 꺼내 덮고 잠을 청했다. 잠이 잘 오기는 만무.. .. 핸드폰에 새벽 3 시 40 분에 알람을 하고 비몽사몽 솔가지를 미친듯 뒤흔들며 흡사 한겨울 북풍한설 같은 바람소리를 온몸으로 느끼며 정신은 말똥말똥하며 얼마쯤인가 누워있는데 알람이 울렸다. .. 얼굴 덮고 있던 모자를 치우고 하늘을 보니 젠장 .. 구름에 달은 온데간데 없더군. 다시 모자를 덮고 잤다. .. 어제밤 산에 오를 때만 해도 보름달 비슷하게 대낮같이 훤하더니 .. 월식 볼 운이 아닌.. 더보기
무작정 걸었다. 오전에 잠시 자판 두들기다가 라면하나 끓여 먹고 집을 나섰다. .. 오는 버스 아무거나 잡아타고 시내로 향했다. 종로2 가쯤이던가.. 청계천 근처에 내려 개천을 따라 내려갔다. .. 그냥 걸었다. 무작정 걸었다. 물따라.. 길따라.. .. 중랑천 만나는 지점에서 우회전하여 옥수동 지나 한남대교까지.. .. 날도 저물어 가고.. 다리도 피곤해지고 한남역에서 지하철 타고 옥수에서 갈아탈 때 맛없는 샌드위치 하나로 허기만 면하고 집에 왔다. .. 쌀도 떨어졌고.. 감자 삶고 있다. 더보기
내가 나를.. 내가 나를 편하게 할 수 있다면 남도 편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나를 즐겁게 할 수 있다면 남도 즐겁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리 불편할까.. 더보기
오랜만에.. 아리랑 2 호 위성이 백두산 사진 등 해상도 높은 지구 사진을 한달 일찍 보내왔단다. 네이버에 기사가 실렸는데 그 댓글 중 하나가. "드뎌 모팔모가 강철 위성을 만들었구나.. ㅋㅋㅋ" 오랜만에 배잡고 웃었다. 더보기
태백산.. 며칠 전부터 천부경 관련 글을 읽었다. 심오한 진리가 숨겨져 있는건지, 어느 서생의 글장난인지는 모르지만 그 달랑 81 자 에 달라붙어 무수한 고급철학으로 장황하게 부연하는 사람들을 지켜 보는 재미가 더 쏠쏠하다.. .. 태백산.. 단군할배 전설,, 매년 하늘에 제사지낸다는 그 산이 국립공원도 아니고.. 강원도립공원일 뿐인 그 산이... 해발 1500 미터는 넘는다지만 설악산이나 지리산 보다도 낮고 기암괴석의 빼어난 절경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눈꽃핀 주목군락과 봄의 철쭉이 장관이라지만 그거 가지고 신비와 전설을 운운하기에는... .. 차라리 백두산에 단군할배를 연관시키는게 스스로 위로나 될 것을 왜 하필이면 강원도의 그저그런 산들 중 하나일까 궁금했다. 실제 갔다와보니 뭔가 좀 틀렸다. 물이 틀렸다. .. 더보기
결국 잘라버렸다. 조금만 더 기르면 꽁지머리로 묶을 수 있을 만큼 자랐는데 미용실 가서 잘라버렸다. 굳이 길러야할 대단한 이유가 있어서 기른 것도 아니니 그냥 잘라버린다고 아쉬울 것도 없다. 덥고 머리감기 귀찮은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방바닥에 흩어져 있는 머리카락들이 청소해달라고 강요하는게 싫었다고나 할까.. .. 동네 신장개업 써있는 아무 미용실 갔다. 할머니 가까운 아주머니와 그냥 아주머니 같은 아주머니 2 분이 있었다. 할머니같은 아주머니가 내 머리를 맡았다. 검은 나시 같은 짧은 상의에 건장한 팔둑으로 씩씩하게 잘라나가는건 좋은데 가위질을 하기 위해 팔을 쳐들 때 겨드랑이에 시커먼 털이 영 눈에 거슬리게 왔다갔다 했다. 눈에만 거슬리는게 아니라 겨드랑이 냄새가 나는거 같기도 하고 아닌거 같기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