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 117

그래도..

오랜만에 찌게를 끓여먹어 볼까해서 냉장고를 뒤져 .. 먹기에 크게 무리가 없을 듯한 유기물들을 골라냈다. .. 말라 비틀어져가는 고추 몇 개.. 싹이 난 무우.. 누렇게 변한 파.. 곰팡이 피기 직전의 신 김치.. 딱딱해진 오뎅.. 멸치 다시다.. 그나마 캔에 들었는 참치는 믿음이 갔다.. 물컹하게 썩은 호박은 버렸다.. .. 대강 씻고 잘라서 냄비에 넣고 끓였다. 간장도 약간. 물이 좀 많나.. .. 인터넷 사이트 몇개 돌아다니는데 .. 냄새가 난다. 아차차.. 다행히 타지는 않았는데. .. 죽이 되어버렸다.. 찌게죽이라.. 물 붓고 더 끓여?

횡설수설 2008.03.19

인연 시험하기

빙어(氷魚).. 살아서 파닥거리는 손가락 만한 물고기를 젓가락으로 힘껏 찝어서 초고추장에 푹 찍어서 몇번 휘저은 뒤, 산 채로 입안에 넣어 우적우적 씹어먹는 물고기다.. 내장이 그냥 보일 정도로 몸통이 말갛다. 사는 곳도 오염안된 강원도 소양호 상류 맑은 물 속. 겨울철에만 산란을 위해 수면 가까이 올라오는.. 참 이름도 이쁘고 생긴 것도 착하게 생긴 물고기인데.. 인간과의 관계는 좀 엽기적이다. .. 지난 주부터 인제 빙어축제 가자고 옆구리 찔러댄 친구 차타고 못이기는 척 따라갔다. 몇년전 춘천 소양강댐에서 청평사 갔다가 오는 길에 먹어본 적이 있는 나로서는 .. 빙어 그 자체에 그리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 않은 음식이지만.. 호기심에 꼭 먹어봐야 직성이 풀릴거 같은 이 친구를 위해 같이 가 주는거다...

횡설수설 2008.02.04

영화 "6년째 연애중" 을 보고

6년째 즐기는중.. 부러울 따름이다.. .. 택시 접촉사고 장면 빼고는 큰 돈 들인데 없었을거 같은 영화다. 밝고 깔끔한 화면.. 가볍고 자극적이지 않은 사건들.. 부담없이 봤다.. 영화라는걸 알면서도 흔히 그렇듯 얄미운 데가 있다.. 잘생긴 젊은 남녀들.. 이쁘게 꾸민 보금자리.. 잘나가는 직장.. 걱정같지 않은 걱정.. 고민같지 않은 고민.. 자연스럽게 여자 입술을 훔치고.. 넘어뜨리는 기술.. 완벽에 가까운 피임법.. .. 원두커피를 소주에 타먹는 장면에서는.. "파이란"에서 건달 최민식이가 식빵에 벌건 김치를 넣어먹는 장면이 생각났다.. 이것도 해봐야겠다.. 보나마나 별로겠지만.. ..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무자년 설맞이 15세이상 관람가였다.. 김하늘 이미지에서 육감적인 장면을 기대하지도 않았지..

횡설수설 2008.02.01

새해 첫 공짜? .. 아니 새해 첫 채무?

2008년 1 월 1일 날씨 맑음, 강풍, 한파 실컷 자고 나니 이미 "그놈의 해"가 중천. 꿈자리 여운인가? 잔향이 아직 코끝에서 느껴지는 듯. 가볍다. 하늘이 맑다. 칼바람 막을 "내 식대로" 완전무장을 하고 집을 나섰다. 목도리라는 게 그냥 길쭉한 천 쪼가리일 뿐인데.. 그거 하나 목에 두르고 입주위를 감싸니 산능성이 위를 거칠게 몰아치는 찬바람이 무섭잖다.. 이걸 왜 몰랐을까 쪽두리봉 지나 향로봉, 비봉 능선 따라.. 사모바위 그리고 문수봉 .. 이놈의 북한산은 만만하기도 하다. 대단한 고행의 장소라도 되는냥.. 걸핏하면 고뇌하는 구도자가 화장실 배설하듯 되지도 않는 사념을 지저분하게 흘리면서 발아래 잡힐 듯 펼쳐진 번잡한 인간들의 번식지를 눈 깔고 내려다 볼 수 있으니.. .. 독바위역에서 불광..

횡설수설 2008.01.02

빌어먹을 놈의 삼성이...

역시 삼성이 하면 뭔가 달라도 다른가? 요즘 파란나라 빅브라더 삼성이 무너진 체통을 세우려고 공중파에 돈 쏟아부으며 몸부림치는 걸 보면 가증스러우면서도내심 감탄하게 된다...."세련된 폭력"은 강간과 사랑을 구분지으려는 이성을 흐릿하게 하고.."세련된 착취"는 다 뺏어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굽신거리며 감사하게 만든다고 했나....가끔.. 아침에 눈떠서 처음 귀에 들어온 노래 한 소절을자기도 모르게  오전내내 입으로 중얼거리거나 콧노래를 부르면서반복적으로 계속 따라 부르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Find me somebody to love ...Find me somebody to love ...Find me somebody to love .....미디어를 통한 교묘한 우민화술책인지..사면초가로 적군..

횡설수설 2007.12.13

용유도 무의도 실미도 여행..

1. 눈치가 없었던 걸까.. 인도행 도보여행에 다양한 주제의 "테마도보"가 있다는 걸 알긴했지만.. 그 테마도 테마 나름이었겠지.. 얼떨결에 따라간 용유도.. 무의도.. 실미도.. 주말도보 흔히 그렇듯.. 생전 첨보는 사람들.. 별 상관않는 분위기 나까지 모두 다섯.. 모두 남자.. 아침일찍 서울서 버스타고 영종도 국제공항 지나 .. 지금은 영종도와 붙어버린 서쪽 부분 용유도 어촌마을 을왕해수욕장에 하차. 도보를 시작하기 전 슈퍼에서 산 맑은 액체가 든 큰 PT병이 생수가 아니라 1.8리터 소주 댓병인걸 바닷가 나즈막한 야산정상에서의 첫 휴식 때 알았다. .. 의외로 포근한 가을날씨.. 맑은 하늘.. 오랜만에 보는 수평선.. 적당한 바다바람.. 조개껍질 밀려쌓인 모래사장.. 한결같은 파도소리.. 모래밟으..

횡설수설 2007.11.25

궁시렁 궁시렁

내가 진짜.. 여자하고만 그랬었어도 말도 안한다. 매력적이고 젊은 아가씨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가끔 만나서 잔소리만 하는 선배 유부녀들 정도만 됐어도 이렇게 억울하지는 않았을텐데.. .. 저녁에 무교동에서 돼지갈비 뜯으며 .. 서로 질리게 자주보는 비슷한 처지의 고등학교 동기녀석과 영양가없는 노가리나 풀면서 술잔 기울일 때까지만 해도 별문제 없었는데.. 먹고나서 차라리 2차를 가거나 그냥 조용히 각자 집으로 갔어야 했는데.. 운전하려면 술깨야한다고.. 좀 걷자더니.. 종로 1가 근처 큰길가 커피빈인지.. 자바빈인지.. 눈에 띈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 잘됐다..저기 가서 좀 있다가 가잔다.. 인간아..내가 니하고 저런 데가서 커피나 마셔야겠냐.. 별로 안땡겼지만.. 사준다길래 그냥 따라들어갔다.. ...

횡설수설 2007.10.17

서울 경주 이어걷기 5 차수 54Km - 군위에서 영천까지

[ 서울 경주 이어걷기 5 차수 54Km - 군위에서 영천까지 ] 군위터미널 옆 공원에서 "포만감"님의 국민체조 구령소리에 맞춰 제대로 된 몸풀기를 하고 바로 영천을 향해 도보를 시작했다.. 5번국도 따라 마주 달려오는 자동차들의 전조등 불빛에 눈이 피곤한 길을 한 10여Km 정도 걸은 후.. 919번 지방도로 2차선 길로 접어들자 비로소 좀 한적해졌다. 밤이 깊어가면서 차들도 줄어들고 시골길이라 주위 민가와 가로등도 그리 많지 않고.. 소똥 거름냄새.. 가끔 싱겁게 짖는 길가의 개들.. 그리고 밤하늘.. 이번 도보는 밤하늘에서 눈을 떼지 못한.. 떼고 싶지 않은 보도였다. .. 찬이슬에 씻겨 티하나 없이 깨끗한 시골의 가을밤.. 보석 가루를 무심하게 흩어놓은 듯 하늘 가득한 별들.. 사선을 그으면서 떨..

횡설수설 2007.10.08

생리중.. 혹은 후유증..

아주 어렸을 때 같다. 기억이 아직 남은걸 보니 간난아기는 아니였고.. 그렇다고 초등학교 입학까지는 아니였는데.. 한 대여섯살쯤 되었을 때였나.. 초가집을 스레트지붕으로만 바꾼 방 2개짜리 흙벽 시골집에 살 때였는데 방 하나에는 부모님이, 나머지는 할머니와 우리 형제들이 잤다. .. 그날 밤도 지금처럼 .. 알 수 없이 불안하고.. 초조하고.. 막막하고.. 가슴 한구석이 텅빈거 같은.. 무기력하면서도 어떤 떨림 같은 .. 불안정한 감정상태였었던 거 같다. 행동에 판단이 안서고.. 익숙하게 해오던 간단한 결정들도 도저히 내릴 수가 없었던.. 그래서 밤에 도저히 잠이 오지 않던 .. 잠을 못자고 안방과 사랑방에 연결된 나무 마룻바닥을 .. 밤늦도록 콩콩거리면서 뛰어 다니면서.. 할머니 품에 안겼다가.. 어머..

횡설수설 2007.09.27

9/15~16 충주~문경 밤샘도보 62Km

[9/15~16 충주~문경 밤샘도보 62Km ] 호랑이에게 물려죽은 귀신을 "창귀"라고 한다. 불쌍하게도 이 창귀는 죽어서도 호랑이 기세에 눌려 자유롭지 못한데 산 사람들을 호랑이가 잡아먹기 좋은 곳으로 홀려내는 따까리 짓을 한단다. 이런 호환을 막기위해.. 호랑이가 먹다남은 사람뼈를 태워묻은 후 돌무더기를 쌓고 그위에 시루를 덮어놓는 "호식총"이라는 무덤을 만들어 놓으면 창귀가 접근하지 못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백두대간 호랑이가 극성인 깊은 산속 마을 근처에는 깨진 시루를 뒤집어 넣고 밑바닥 구멍에 뽀족한 쇠꼬챙이 같은 걸 꽂아 놓은 곳이 많았다고 한다. .. 영남지방에서 학문을 닦은 할배의 할배의 .. 할배들이 청운의 꿈을 품고 짚신타래 묶은 괴나리 봇짐지고 떠난 한양 과거길에 반드시 넘어야만 했던 ..

횡설수설 2007.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