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 117

[한여름밤의 개꿈]

[한여름밤의 개꿈] 김신조 일당의 설레발로 수십년간 꽁꽁 닫혀 있던 청와대 뒷산 서울성곽이 이번주 공휴일도보 대상이다. 가끔 평지가 아닌 산도 좋지... 와룡공원에 모여 인사하고 잠깐 산길을 걸어올라가니 금방 능선에 도착한다. .. 남동쪽 성곽길 끝, 나무에 가려진 대공진지에 35미리 오리콘 대공포의 넙적한 포신 2 개가 보인다. 저게 분당 1100 발을 발사해서 유효사거리 4Km에 안에 들어오는 표적을 걸레로 만들어 버린다지.. "비호"라는 걸출한 국산발칸포가 몇년전 개발됐지만.. 멀쩡한 중고를 폐기할 수 없어서 청와대에 박아두었다더니 저기 있었구나.. .. 조금더 가니 멀리 팔각정에서 이어지는 높은 봉우리에 뭔가 시설이 보인다. 망원경을 꺼내서 보니 단거리 지대공유도무기인 "천마"가 분명하다. 레이다..

횡설수설 2007.09.05

서울~이천 릴레이 1 차 58Km

[서울~이천 릴레이 58Km] 몇 시나 됐나.. 눈을 뜨니 깜깜하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희미한 빛으로는 벽시계 바늘이 안보인다. 스위치까지 손이 안닿는다. 몸을 일으키려니 천근만근 .. 귀찮아서 그만둔다.. 대신.. 더듬더듬 리모콘을 집어들고 TV 를 켠다.. 저게 3 시냐 4 시냐.. .. 내가 뭘 한거지... 서울서 이천까지 걸어서 갔었나.. 아니.. 카페에서 도보계획만 읽어보고 내가 진짜 갔었다고 상상하는건 아닌가.. 아니면 꿈을 꾼건가.. 상상이나 꿈이라면 .. 이 다리와 발가락의 통증은 뭐란 말이냐.. 상상임신처럼.. 아픈 느낌까지 만들어내는 상상도보라도 하는 걸까.. .. .. .. 아무리 서울서 이천까지라지만.. 서울 외곽쯤 이동해서 갈 줄 알았더니 면목역 출입구에 다 모이자 마자 짤없이 ..

횡설수설 2007.09.03

[8월 공식도보]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

[8월 공식도보]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 잠실에서 출발한 버스가 지루하기 시작할 때 쯤 .. 터널과 구비길을 지나 평평한 길로 내려섰다는 느낌에 창문커튼을 열어저쳤다. 울창한 소나무숲이 저만치 보여 거의 다왔나보다.. 하는데.. 좁은길 한고비를 돌아들자 양쪽 시야를 가득 채우며 갑자기 등장한 동해바다.. 다들 바다다.. 라고 탄성을 지른다.. 얼마만이냐.. 한참 더 달려 큰배가 정박해 있는 듯한 산등성이를 넘어 정동진에 도착.. 몇년 전 겨울 기차여행으로 잠깐 내렸다가 바들바들 떨기만 하고 갔었는데.. 이번에는 푹푹찌는 계절에 다시 찾아왔다. .. .. 정동진에서 하나뿐일 듯한 정동초등학교 운동장 나무그늘에 내려 점심을 먹었다.. 토요일 텅빈 시골학교 .. 두어녀석들이 학교를 지키는 임무를 수행..

횡설수설 2007.08.27

서해안 밤샘도보 하고 나서..

8/18 서해안 밤샘도보.. .. .. 1. 시큼한 땀냄새가 향긋한 청국장 냄새로 발효되어 버스안 에어콘 바람에 흩날려서인지 옆에 앉아 mp3 듣던 여고생이 조용히 일어나 다른 자리로 가버린다. 42Km ... 많이도 걸었다.. 하루밤에.. 아침해 뜨자 다시 세상은 찜통더위... 오랜만에 보는 차창밖 신록의 시골풍경.. 들판의 쌀나무는 벌써 이삭을 한뼘이나 꽂꽂하게 치켜세우고 있고, 하얀 봉지속 포도송이는 까맣게 익어 온갖 벌레들을 달콤하게 유혹하겠지.. 검은 비닐 이랑 위에서 발갛게 익어가는 고추를 보며 올 여름도 갈 데까지 갔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2. 훤히 동이 튼 이른아침, 전곡리 버스 정류장을 향해 마지막 힘을 내서 아무 생각없이들 걸어가는데 무사 완주를 축하하려는지.. 가져간 우산이 무..

횡설수설 2007.08.20

양수리 밤샘도보 하고 나서..

1. 8월 11일 토요일 오후 6 시 반 .. 첫 도보로 택한 양수리 야간 도보 모임장소인 청량리역 대합실.. 어디들 있나 한참 두리번 거렸지만.. 단체모임 비슷한 무리들은 전혀 안보이고 대합실 중간쯤 등산복 입은 두어명이 의자에 앉아 있어서.. 혹시나 하고 다가가려는데 .. 그중 엷은 미소를 한 여성분이 먼저 알아보고 손을 흔들며 "인도행 ?? " 하고 말한다.. "예.. 안녕하세요".. "어리버리해 보이는.. 인도행 카페 회원인 줄 알았습니다..." "아.. 예".. 어리버리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듯한 "나"와 "인도행"의 정체성이 조우한 역사적(?) 순간이다... 이 참에 닉네임도 "어리버리"로 바꿔버려? 2. 비 개인 여름밤 은하수 아래로, 낯선 아스팔트길을 낯선 사람들과 줄지어 걸어가며.. "빨리..

횡설수설 2007.08.20

가운데 손가락을..

8.15 광복 62주년 흐릿한 날씨, 고성능 찜통이다.. 광화문 일대가 닭장차와 전경들로 꽉찼다. 동아일보앞 청계천 시작하는 지점에서 첫번째 다리위에서 계천 물을 보고 있는데 한구석이 떠들썩하다.. 이명박이가 측근과 기자들 끌고 청계천으로 내려가면서 태극기 든 손을 흔들며 쇼를 한다.. 천천히 계천따라 내려가면서 .. 건너편과 위쪽 도로 난간에 붙어선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며 웃는다.. 내가 있던 다리밑에 거의 다다랐을 때... 나와 그 인간 면상이 3~4 미터 쯤 되었을까.. 역시 웃으며 이쪽으로 손을 흔든다... 조용히 오른손 중지를 펴면서 화답해줬다..

횡설수설 2007.08.15

싸이월드 폭파..

우연히 컴퓨터 정리하다가 작년 싸이월드 그만두면서 써두었던 문서를 발견했다. 그냥 다시 읽어보고 그냥 올려둔다.. ======================================================== [ 내 싸이 미니홈피 폭파의 辯 ] 2006-06-16 그냥 !! 그래 그냥이다.. 지금은 모두 바뀌었지만 한때 내 온라인 사이트 비밀번호가 모두 rmsid? 였던 적이 있다. "그냥?" 티끌 하나 떠다니는 궤적도 다 그분의 전지전능 혹은 오묘한 질서이지 "그냥"은 없다고 생각하게 될 때는 "그냥" 뒤에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고 하늘의 뜬구름이 모였다 흩어지든 말든, 둘둘치킨에 닭다리 보시한 병아리들과 내가 굳이 의미를 가질까 한다면 그냥은 그냥이다.. 삶은, 죽을 때까지 "그냥" 뒤에 물..

횡설수설 2007.05.18

한 남자의 공허함

세상에서 제일 두려운 건 뭘까.. "나" 가 파괴 되는 것..훼손 되는 것.. 결국 소멸되는 것.. 사실 정확히 말하면.. 소멸되어 가는 과정의 "고통"이 진짜 두려움의 대상이다. .. 스님들은 깨닫기 위해 일생을 비우며 산다.. 무소유와 비움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는다.. "비움" 과 "소멸" 의 차이는?? 깨달음 혹은 광란으로 치닫는 방향성의 차이는?? .. 물건너 먼 나라에서 공허함을 주체못한 어느 젊은 영혼이.. 악연으로 얽은 그물에 32 명의 목숨을 쓸어담아 떠났다.. 그만큼 더 무거워진 존재의 짐을 짊어지고서.. .. 그의 소멸이 영혼의 안식을 가져왔을까.. .. 스스로 존재를 거부할 존재를 왜 존재케했는가..

횡설수설 2007.04.18

산에 묻어 버렸는데..

작년인가.. 동생녀석이 화분 2 개를 사왔다. 하나는 흙이 아닌 물에 넣어 키우는 무슨 ~~ 죽인가 하는 거고 다른 하나는 조막만한 화분에 심긴 활엽수 한그루였다. 물병에 넣어 키우는 건 그냥 물만 주면 되는데 화분에 심은건 영 신경이 쓰였다. 물을 얼마 마다 줘야 하는지.. 화분을 큰 걸로 바꿔줘야 할 것도 같고.. 햇빛도 쬐어줘야할것도 같고.. .. 얼마전부터 잎이 하나씩 떨어지면서 하루하루 시들어 가는 같아서.. 그것도 살아 있는 생명체라는 생각에 맘이 불편했다. .. 어끄제, 야삽들고 화분들고 근처 북한산 기슭 볕 좋은 곳에 가서 옮겨심어 주고 물주고 왔다. 관상용 식물이 살벌할 야산에서 살기 쉽지 않겠지만 하루나마 자유를 줬다는 생각이.. 잘 한건지.. 더 잔인한 짓을 한건지.. .. 변명이다...

횡설수설 2007.04.05